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30대 중반 직장인 조희연 씨는 학교 졸업 후 비서로 일을 시작했다.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무엇인가 주도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평소 관심을 갖던 홍보회사로 이직했다. 홍보일이 마음에 들었던 그는 기업 내부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 글로벌 제약사 홍보팀으로 입사했다. 그는 제품 홍보보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환자의 이익을 돌보는 업무에 관심이 있었다. 비영리기구와 건강 분야의 혁신에 대한 프로젝트를 하면서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임팩트(social impact)라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다.
뚜렷하게 정립되지 않은 분야이지만 기업이 단기적 이윤뿐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주주는 물론이고 소비자, 직원, 시민, 정부,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여 사업상 의사 결정과 실행을 하도록 돕는 임무를 말한다. 요즘 화두인 사회, 환경, 기업 지배 구조와도 연결된다.
생소한 분야라 사례를 들어달라고 했다. 그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제품 안에 들어가는 부품을 고를 때 단가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을 고려한 논의를 하게 된다. 세포 고정 용액에는 통상 메탄올을 사용하지만 독성에 대해 내부에서 우려를 제기했고, 결국은 제품 개발에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독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에탄올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조 씨 사례는 직장인들에게 몇 가지 생각할 지점을 준다. 첫째, 그는 관습적으로 기업이 만들어 놓은 부서나 직책의 구분에 그냥 적응하면서 지내기보다는 업무를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관심사와 맞는 프로젝트를 찾아내고, 일하면서 생각지도 않던 새로운 분야를 만나게 되었고, 10여 년의 경력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분야에서 꿈꾸며 일하고 있다.
둘째,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 비영리단체, 벤처기업, 전문 홍보회사와 기업 내부 등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자기만의 진로를 찾고 만들어 갔다.
셋째, 30대 초반에 자신이 어느 ‘구멍’을 파야 할지 비로소 찾아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역할을 사회운동가이자 전략가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역할에 맞게 커리어에서 모험을 시작했다. 10여 년의 경력 중 이미 5년 이상을 전문가가 없는 이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40대 초반이 되면 이 새로운 분야에서만 10년 경력을 쌓아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직업적으로 어떤 분야에 대해서 궁금한데 자기와 맞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일정 부분 시행착오는 어쩔 수 없으며, 주변의 신뢰할 만한 사람들에게 꾸준히 물어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직관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비영리단체나 벤처로 옮기면서 회사의 인지도나 복리후생, 연봉 등에서 손해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적 동기와 미션을 중심으로 모험을 해왔다. 5년 뒤 이 분야에서 그가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