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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서 인종차별·제국주의 기념물 제거…“불편한 진실”

입력 | 2020-06-10 01:16:00

"런던, 대부분의 부를 노예무역으로 쌓아"
'다양성 위원회' 설치해 기념물 제거 검토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 호주,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영국은 거리 곳곳의 인종차별적인 조형물과 기념비 등의 제거를 검토하고 나섰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9일(현지시간) BBC와의 인터뷰에서 “동상, 벽화, 거리 예술품, 거리의 이름과 기념물 등을 검토하고, 기념해야 할 유산은 과연 무엇인지 고려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칸 시장은 이를 위해 ‘공공영역 다양성 위원회(The Commission for Diversity in the Public Realm)’를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도시(런던)는 대부분의 부를 과거 노예무역으로 쌓아올렸고 (흔적은) 우리의 공공영역에도 남아있다”며 “이는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칸 시장은 “처칠, 간디, 맬컴 엑스 등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며 “학교는 아이들에게 역사적 인물을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윈스터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은 이번 검토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주말 영국의 시위대는 런던에 있는 처칠 전 동상에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낙서를 휘갈겼다. 시위대는 처칠 전 총리는 영연방의 식민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인종차별을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영국에서는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을 계기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며 제국주의 시대 노예제도와 관련된 기념물을 제거하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7일 브리스틀에서는 시위대가 17세기 악명높은 노예무역상이었던 에드워드 콜스턴의 동상을 끌어내렸다.

시위대 일부는 동상을 바닥에 끌어내린 다음 무릎으로 콜스턴의 목을 내리누르며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제압당해 숨을 못쉬고 고통스러워하던 순간을 재연했다.

옥스퍼드에서는 남아프리카 케이프 식민지(Cape Colony)의 다이아몬드 채광권을 독점하고, 식민지 총리를 지낸 제국주의자 세실 로즈의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옥스퍼드의 거리에는 ‘로즈, 다음은 당신 차례’라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에든버러에서는 1791년부터 1801년까지 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헨리 던다스의 동상 철거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던다스는 노예무역 폐지 법안을 밀어붙이던 의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점진적 노예무역 폐지안’을 제시한 인물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