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책 ‘파스타 마스터 클래스’ 펴낸 백지혜씨
백지혜 씨는 “재료가 간단할수록 요리하는 이의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면을 적절히 익혔는지, 오일을 들이부어 눈가림하려 했는지, 식감을 고려해 수분을 잘 조절했는지 여부를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토마토, 마늘, 허브, 올리브유로 만든 포모도로 스파게티에 그라나파다노 치즈를 갈아 올려 마무리하는 모습. 백지혜 씨는 “단맛이 강한 이탈리아 토마토에 비해 국내산 토마토는 신맛이 강하다. 꼭 생토마토를 고집할 까닭은 없다”고 했다. 세미콜론 제공
“시작은 19년 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처음 맛본 전통요리 굴라시였다. 진한 육개장에 빵을 찍어 먹는 느낌이었는데, 맛있는 음식이 안기는 위로를 경험했다. 그때 ‘언젠가 내 식당을 열고 이 요리를 메뉴에 넣자’고 생각했다. 그 뒤로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맛본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보며 나름의 조리법을 익혔다.”
“10여 년 전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에 머물며 조리법을 간소화한 잡채, 닭볶음탕, 해물파전을 만들어 외국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먹었다. 맛있는 걸 찾아먹는 것만큼,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일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된 시기다.”
이번 책에는 냉이 마늘종 참나물 고사리 들깨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를 활용한 파스타 조리법 32종을 담았다. 백 씨는 “좋아하는 건 한식이지만 혼자 사는 사람이 ‘빠르게 간단히 만들어 천천히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요리는 파스타”라고 말했다.
홈메이드 파스타의 맛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백 씨의 조언은 두 가지다. 파스타 면은 포장지에 적힌 조리시간보다 2분 일찍 끓는 물에서 건져내 볼에 담아 올리브유를 2큰술 뿌려 버무려둘 것. 냄비에서 건져낸 뒤에도 잔열에 의해 면이 익는 점을 감안한 팁이다. 너무 푹 익어 탱탱한 식감을 잃는 흔한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대파, 들깻가루, 들기름으로 풍미를 살린 고사리 스파게티.
“파스타에 꼭 외국에서 쓰는 허브를 써야 할 까닭이 없다. 루콜라 대신 어린잎열무를 쓰면 식감이 더 아삭해진다. 고사리 파스타에는 치즈 대신 들깻가루를 쓴다. 상큼한 고소함이 어떤 것인지 확인할 수 있다. 양파보다 대파를 많이 쓰는 편인데 양파볶음의 진한 단맛보다 쨍하게 상쾌한 대파볶음의 단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김보령 씨가 맡았다. 음식 촬영이 처음인 김 씨가 보조조명 없이 찍은 사진들은 준비물과 조리법을 건축 설계도면처럼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촬영을 위해 만든 ‘가짜음식’ 이미지는 한 컷도 없다. 사진마다 ‘어서 찍고 빨리 먹어야지!’ 하는 솔직한 욕망이 전해진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