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중진의원 회의 이어 초선들과 오찬
"당이 매우 어려운 시점, 활로에 대한 의견 달라"
"상대당 붕 떴다. 국민 무시 안되는데 계속 무리수"
"코로나 이후 경제, 사회 변화 '예측게시판' 만들자"
박진 "전략적으로 '보수' 안 써도 보수철학 유지"
홍문표 "비대위, 어떤 구상으로 가는지 방향 몰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중진의원들과 만나 “과연 우리 미래통합당이 앞으로 1년 조금 더 남은 기간동안에 제대로 준비를 잘 해서 다음 정권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지, 이에 대해 많은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비대위원장-중진의원 회의를 갖고 “지난 총선 결과로 인해서 우리나라의 이 권력 균형추가 거의 무너지다시피 된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압도적인 숫자를 가진 여당과 아주 왜소해진 야당으로 인해가지고 국회의 구성 요건 하에서 우리나라의 거의 민주주의 제도라고 하는 것이 더 발전할 수 있나 우려된다”며 “특히 지금 이 총선 이후에 우리 당원들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있는 상황에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통합당 비대위 발족이 열흘 가까워졌고 그동안 비대위 활동도 여러분들이 다 도와주시리라 생각한다”며 “당이 매우 어려운 시점에 있어 의회 경험을 많이 가진 중진 의원들께서 앞으로 활로를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많이 가지고 계시리라 생각하고, 그런 의견을 많이 피력해주시면 고맙겠다”고 협조를 당부했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정진석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비대위, 경제혁신위와 별개로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 위기 특위를 당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드린다”며 “코로나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2022년 대선을 맞이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 이후 닥쳐올 퍼팩트 스톰 세계적 경제 위기를 누가 잘 대응하는지 능력을 보여주면 대선 승기를 잡지 않겠냐는 측면에서 건의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부정 선거 의혹과 관련해선 당 차원의 사전투표 제도 특위 구성을 제안하면서 “사전투표 이후 관리 소홀로 많은 문제가 지적됐다”며 “CC(폐쇄회로)TV가 없고, 투표지가 간식상자 박스에 소홀하게 보관된 점 등 부실한 관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 투표를 활성화하려면 굳이 투표일을 휴일로 할 필요가 없다”며 “선거운동기간도 사전투표일에 맞추는 게 맞다. 아니면 선거일을 3일로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굴종적 대북 유화정책으로 지난 3년간 북한을 상대했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정상궤도에서 이탈하고 있다”며 당 차원의 외교안보TF나 특위 구성을 제안하면서 “통합당이 국민들에게 신뢰받고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위해서 전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선 홍문표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 대해 “어떤 구상으로 가야된다는 방향을 모르고 있다”며 “과거 천막당사 때 우리 자산을 국가에 헌납했다. 우리 통합당이 그보다 어려운 지경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의원은 “당 이름이 미래통합당이다. 미래는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예측을 못하고 통합이 안 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우리 당이 앞으로 가야 된다면 적은 숫자라도 마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통합의 진전을 제시해서 우리끼리 화합하고 단합해서 목표 달성을 위해 가야 된다는 확실한 당의 좌표가 설정되면 조금 서운하고 부족해도 ‘가자’ 하는 합창이 나올 수 있는데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염려와 우려스럽다”고 했다.
4선 이명수 의원은 “혁신 없는 미래와 통합은 의미 없다”며 “청년 정당에 호응했는데 그런 부분을 혁신위에 제대로 구성해서 과거 혁신위와 차별화된 것을 가시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또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제, 전일보육제 이슈를 선점했다”며 “좌냐 우냐, 보수냐 진보냐 이런 거 따질 때가 아니다. 미래 이슈를 선점하신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의 실질적 준비가 돼있냐, 이렇게 물으면 답변이 어렵다”며 “새로운 이슈 선점과 거기에 따른 당의 실질적 검토와 정책 대안을 만드는게 유기적으로 돼야 한다”고 했다.
또 “현재 막대한 정부 재정이 코로나 계기로 투입되는데 금융에 의존하는 경제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 선이면 국제사회에서 신임도가 추락하고 신용등급 하락도 불가피하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 대해서 현재 정부가 제대로 운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회의적이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민보건, 경제, 사회 분야의 변화를 내다볼 수 있는 ‘예측 게시판’을 만들 것을 제안했고, 경제혁신위원회에서 다루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새로운 코로나19 이후에 지표를 만들어서 반영하고 추적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며 “경제혁신위에서 실질적으로 이어받아 논의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신뢰를 주자. 비대위 내용이 석연찮거나 당연히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중진들도 화답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비대위가 출범한 후 김 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중진들과 만난 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10일 중진 의원 회의에 이어 서울·경기·강원·충북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는 등 앞으로 선수별 모임이나 식사자리를 마련해 당 쇄신에 관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낮 서울 여의도의 한식당에서 1시간30분에 걸친 오찬에서 “거여와의 싸움, 수도권에서의 패배가 컸다”고 지적했다.
또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상대당은 붕 떴다. 현재 국민의 마음을 무시하면 안 될텐데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우리 당이 잘못되면 민주정치의 균형이 무너진다. 격의 없이 의견을 내어달라”고 주문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의 초선의원 오찬 회동에 대해 “초선 의원들의 총선 소감 등 다양한 입장 교환이 있었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앞으로도 김종인 위원장과 현역의원, 원내 위원장 간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이같은 스킨십 행보를 두고 탈보수, 기본소득제 등 잇단 ‘좌클릭’으로 당 내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자, 자신의 쇄신안을 설명하는 동시에 내부 결속 강화에 나서 사실상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전 집안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