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北, 대남 강경조치 ‘준비된 행보’…南 대북 접근방식에 불만”

입력 | 2020-06-10 14:59:00

통일연구원 '한반도 정세와 평화 프로세스' 포럼
"北 준비된 행보…압박 수위 단계적으로 높일 것"
南 '민족사업' 대북 접근방식에 갇혀 패착 지적
"고위급 특사 파견 등 남북정상회담 필요" 주장




북한이 대남 강경 노선으로 전환한 것을 준비된 행보로 한국의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한 강한 불만에 기초했다는 분석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아울러 정부가 대북 제재와 한미 공조, 합의 이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 대화가 지속되면 남북 관계는 긍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민족사업’ 관점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통일연구원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로나아호텔에서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한반도 정세와 평화 프로세스’ 포럼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북한이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불만을 표시하며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고, 남북간 연락 채널 차단을 선언한 데 대한 분석과 전망이 논의됐다.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발표 이후 북한이 내놓는 조치들은 속도와 전격적인 대내 공개 방식, 조직적 전파와 선동 등으로 봐서 이미 준비된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표면적으로 이번 조치들은 남북 정부가 대북 전단지 살포를 방치함으로써 4·27 판문점 선언 2조 1항을 위반한 것에 대한 보복적 조치의 성격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남 강경 기조로의 전환을 선언했으나 남측 대응에 따라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갈 가능성이 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통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 우위’ 차원에서 상황을 역전시킬 여지는 두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홍 연구실장은 대남 강경 전환의 배경과 원인으로 ‘체제 안전 보장’이라는 본질을 회피한 한국의 대북 접근에 대한 강한 불만을 꼽았다.

그는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은 상호 군사적 위협을 줄이고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문제이고 각종 경제·사회 교류의 확대”라며 “북한은 군사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상호 조치에 적극 임했지만 한국은 각종 경제·사회 교류는 대북 제재, 한미워킹그룹이라는 한미 공조의 틀에 묶여 전혀 이행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에도 한국의 태도는 비핵화 협상 및 한미 공도 우선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한국의 대북 정책은 본질 문제를 회피한 채 지엽적인 교류 협력 제안만을 반복하면서도 그마저도 ‘남북 관계가 대북 제제와 함께 가야 한다’는 미국 주장에 사실상 현실적 추진력을 거의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한이 ‘민족 사업’이란 관념으로 2000년대 초 패러다임 속에 있으면서 대북 제재와 한미 공조에서는 옴짝 달싹 못하는 이중 속박에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대북 제재, 한미 공조, 합의 이행 소극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지엽적인 교류 협력 제안을 하고 남북 대화가 지속되면 남북 관계는 긍정적인 것이라는 생각에 대한 강한 불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연구실장은 북한의 대응에 대해 미중 신냉전 구도 아래 미국의 내부 정치와 북미협상의 불확실성을 두고 당장 유일한 협력과 지원 파트너인 중국에 힘을 실어주는 ‘생존형 외교’라는 진단도 내놨다. 미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피하며 향후 북미 협상의 여지를 두되 과도기적 대미 관망 모드 속에서 향후 대남 강경 모드는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남북 관계를 북미 관계나 비핵화에 종속된 위상으로 보지 않고 남북한 사이의 상호안전보장이란 차원에서 접근하는 과감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완전한 비핵화의 선행보다는 점진적으로 핵위협을 포함한 전반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고 평화체제의 제반 조건을 만들어가는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6·15, 8·15, 9·19 등 상징적 계기를 활용해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해 남북 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을 견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신속하게 남북 접촉을 재개할 필요가 있으며 시기, 장소, 의전에 구애받지 않는 실용적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북한 역시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의 파국을 원하고 있지 않으며 10월 북한 최대의 행사인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대남 비난과 압박은 그만큼 북한 내 상황이 어렵다는 반증으로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교착 국면의 돌파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며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고비용 구조가 형성될 개연성이 있다”며 “고위급 대북 특사 파견을 포함해 신속한 남북정상회담 재개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