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항쟁 33주년 기념식서 강조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 찾아야… 이익 추구하되 남의 몫 뺏으면 안돼” 12분간 ‘민주주의’ 53차례 언급 ‘광야에서’ 합창… 경찰청장 첫 참석
국민훈장 받은 이한열 열사 어머니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제33주년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이날 5공 시절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던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6월 민주항쟁 기념식 참석은 취임 직후인 2017년에 이어 3년 만이다.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서 열린 기념식 참석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하고 언제나 주권자의 명령에 부응해야 한다. 선거로 뽑힌 지도자들이 늘 가슴에 새겨야 할 일”이라며 “우리는 갈등 속에서 상생의 방법을 찾고 불편함 속에서 편함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정치권의 현실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이사장,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 민주화 유공자 12명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했다.
이 여사는 1970년 아들 전태일 열사가 노동 여건 향상을 위해 활동하다 분신한 뒤 노동운동에 투신해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불렸다. 2011년 별세한 후 9년 만에 훈장을 받게 됐다. 박 전 이사장과 배 여사는 유가협 활동을 하며 인권 운동을 펼쳤다. 배 여사는 “다시는 이 나라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희생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이 생기지 않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7년 1월 페이스북에 “1987년 1월 박종철의 죽음을 처음 알았다. 탁자를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발표를 들으면서 피 끓던 분노를 기억한다”며 “2, 3일 후 당시 노무현 변호사와 함께 아버지 박정기 선생의 댁을 찾아가 위로를 드렸다”고 회고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설립에 앞장서고 사회적 약자의 권익 신장에 기여한 고 조영래 전 시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 당국과 협상하는 등 수습위원으로 평화적 해결을 위해 노력한 고 조철현 초대 5·18기념재단 이사장(세례명 조비오 신부) 등에게도 훈장이 수여됐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미래통합당 김현아 비상대책위원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했다. 현직 경찰청장이 6월 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념식 마지막 순서로 ‘광야에서’를 합창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노래를 6월 민주항쟁 공식 제창곡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