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열사 물고문 끝 숨진 장소 김정숙 여사, 손수건 꽃다발 헌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33주년 기념식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둘러봤다. 1987년 박종철 열사가 고문 끝에 숨진 곳으로 현직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것은 처음이다.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의 안내로 509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박 열사가 물고문을 당했던 욕조를 굳은 얼굴로 한참 응시했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물고문 끝에 숨졌지만 당시 경찰은 이 사실을 숨겼다. 그러나 이틀 뒤 동아일보가 박 열사의 사인 등을 보도했고 이는 1987년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문 대통령은 “이 (조사실)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것”이라며 “철저한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를 무너뜨려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는 손수건으로 싼 안개꽃과 카네이션, 장미꽃을 준비해 와 박 열사의 영정에 헌화했다.
이날 509호 방문에는 민갑룡 경찰청장도 동행했다. 문 대통령은 민 청장에게 “이 장소를 민주인권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주시고, 어제는 (고 이한열 열사 가족 등에게)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 청장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곳을 역사 장소로 지정해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