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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면 안 되는 ‘코로나 시대의 금연’[메디컬 칼럼]

입력 | 2020-06-11 03:00:00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

올해 5월 31일은 담배 연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제33회 ‘세계 금연의 날’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는 요즘, 금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조금 식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지금이야말로 금연이 꼭 필요하다.

흡연자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걸리면 중증으로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흡연력이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증상 악화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14.3배나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코로나19 환자 중 증상이 호전된 대상과 악화된 대상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한 결과다.

특히 코로나19 감염 시 기저질환이 없으면 사망률이 1.4%이지만, 심장질환이 있으면 사망률이 13.2%로 9.4배나 높아진다. 이 밖에 당뇨병은 6.6배, 고혈압 6배, 만성호흡기질환 5.7배, 암은 5.4배로 사망률이 올라간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고령의 흡연자들은 심장질환, 폐질환, 암 등 만성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사망률은 더 높아진다.

우리나라에서 흡연으로 연간 약 6만 명이 사망한다. 흡연 관련성이 높은 폐암으로 연간 1만8000명이 숨진다. 매일 발생하는 코로나19 환자 수를 보면서 공포를 느끼지만, 하루 약 200명이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다는 무서운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장기 흡연자를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장기 흡연자가 폐암 검진을 미룬 채 흡연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국립암센터는 대한암학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암 진료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암 환자의 코로나19 감염을 주의 깊게 선별하고, 의료진도 예방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또 코로나19 유행 중이라도 암 진단과 치료를 적기에 제공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암 검진 대상자면 코로나19 증상이 없을 경우 미루지 말고 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감염병 유행이 빠른 시일 내 종식되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대한 예방 및 관리는 미루면 안 된다. 코로나19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처럼, 담배의 해악에서 벗어나기 위해 즉각 금연을 시작할 것을 당부한다. 만약 혼자 금연하기 어렵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금연 콜센터나 금연캠프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