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노시환. 스포츠동아DB
자꾸만 새로운 숙제가 주어진다. 소속팀의 불안정한 체제 전환 속에서 고졸 2년차 노시환(20·한화 이글스)의 머릿속도 덩달아 복잡해지고 있다.
올 시즌 노시환은 뜻하지 않게 ‘카멜레온’이 됐다. 팀 전력에 구멍이 날 때마다 코칭스태프는 다재다능한 노시환을 떠올렸다. 개막 후 한 달여에 불과한 기간 동안 노시환은 팀의 필요에 따라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주전 유격수의 부상 이탈에 따라 해당 포지션의 1순위 대체자로 나섰고, 계획에 없던 깜짝 구원등판도 있었다. 이제는 베테랑, 외국인선수조차 책임지지 못한 4번타자의 역할까지 ‘유망주’ 노시환에게 주어졌다.
묵묵히 변화를 따랐다. 노시환은 5월 18일 하주석(허벅지 부상)이 1군에서 제외된 뒤 곧장 유격수 자리를 채웠다. 주 포지션은 3루지만 데뷔 시즌부터 1·3루수에 유격수까지 병행수업을 받아온 터라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실책 4개를 남겼으나 하위타선에서 타율 0.230(61타수 14안타)을 기록하며 최소한의 몫을 해냈다.
난데없이 마운드에도 올랐다. 10연패 중이던 5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서는 0-11로 승부가 기운 9회초 팀의 6번째 투수로 나서 1이닝(2실점)을 직접 책임졌다.
갈수록 태산이다. 노시환은 최원호 감독대행에게서 더 큰 미션을 받았다. 9, 10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잇달아 4번타자로 기용됐다. 8번 타순에서 27타수 9안타(타율 0.333) 3홈런으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노시환은 4번타자로 나선 2경기에선 8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익숙한 3루수로 이동해 수비에 대한 짐은 덜었지만, 볼넷 없이 삼진 2개와 병살타 1개로 힘을 쓰지 못했다. 입단 당시부터 차세대 4번타자로 평가받은 그에게도 당장은 책임지기 버거운 자리다.
올 시즌 한화는 10개 구단 중 4번타자의 경쟁력이 가장 떨어진다. 10일까지 4번타자 타율이 0.200으로 꼴찌다. 노시환보다 경험이 월등히 많은 이성열(79타수·0.241), 제라드 호잉(21타수·0.143), 최진행(13타수·0.231) 등도 4번 자리에서 실패를 거듭했다. 타격부진을 깨지 못한 이성열과 최진행은 최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8일 나란히 2군행 통보를 받았다.
현재 한화 1군 멤버 중 4번타자로 내세울 만한 카드는 호잉과 김태균 정도다. 하지만 최 대행은 타격 컨디션이 저조한 둘에게 더 이상의 ‘압박’을 가하지 않기 위해 노시환을 4번타자로 낙점했다. 팀의 미래까지 고려한 선택이지만, 각종 연패 기록을 떠안은 팀의 4번 자리는 노시환에게도 큰 짐이다. 클린업트리오 안에서 그를 뒷받침해줄 조력자가 없어 특히 그렇다. 방향성을 상실한 팀 내에서 노시환의 어깨가 너무도 무겁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