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컸던 유럽 각국 지도자 및 보건당국 책임자를 향한 ‘책임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는 총리, 장관, 고위 보건당국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됐다.
안사통신 등에 따르면 10일 이탈리아 최대 코로나19 피해 지역인 북부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지방검찰은 주세페 콘테 총리,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장관, 루치아나 라모르게세 내무장관 등을 대상으로 정부의 방역 실패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베르가모 지역의 코로나19 희생자 유족들도 이날 “인명피해가 커진 경위를 조사해달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베르가모와 주변 지역에 대한 봉쇄 조치가 늦어진 경위를 파악하는데 집중할 뜻을 밝혔다. 콘테 총리를 포함한 중앙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2월 21일 이탈리아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됐음에도 3월 8일에야 이 지역을 ‘레드존’으로 규정하고 봉쇄령을 내려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아직까지 총리와 장관들은 참고인 신분이다.
프랑스 파리 검찰청은 9일 정부의 코로나 대처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는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레미 하이츠 파리 검찰청장은 “시민단체들이 초기 방역에 실패해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책임 소재를 묻는 차원에서 이들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정책 담당자들이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주요 과실이나 의무이행을 소홀히 한 점이 없는지, 이에 대한 형사소추가 가능할 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방침이다. 다만 이탈리아와 달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주요 장관들은 이번 수사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헌법은 대통령에게 형사소추 및 면책특권을 부여한다.
영국, 독일 등 다른 유럽국 시민단체 또한 “정부의 방역 대처 실패로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를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할 뜻을 밝히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