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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메 스웨덴 前 총리 암살사건, 34년만에 미제 종결

입력 | 2020-06-12 03:00:00

검찰 “유력 용의자 20년전 사망”… 1만명 조사했지만 증거 못찾아
CIA-KGB 암살설 등 돌기도




‘탕탕탕.’

1986년 2월 28일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의 한 극장 앞. 복지제도 확대, 낙태 합법화 등의 정책으로 국민 지지가 높았던 당시 59세의 올로프 팔메 총리(1927∼1986·사진)가 괴한의 총에 쓰러졌다.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본 후 지하철로 가던 그는 격식을 싫어해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았다. 현직 총리가 수도 한복판에서 총격으로 숨져 세계가 발칵 뒤집혔지만 경찰은 골목길로 도주한 범인을 찾지 못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스웨덴 검찰은 10일(현지 시간) 34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이 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유력 용의자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당시 52세의 스티그 엥스트룀 씨가 2000년 이미 숨졌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이날 “엥스트룀 씨가 평소 팔메 총리와 그의 정책에 적대적인 의견을 표출했다. 그가 범인임이 유력하지만 사망한 터라 추가 취조, 수사, 기소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엥스트룀 씨는 군인 출신으로 사격에도 능했다. 그는 사건 직후 용의선상에 올랐지만 “총에 맞은 총리를 도와주려 인근에 있었다”고 주장해 체포를 피했다.

1988년 경찰은 한 마약 중독자를 용의자로 체포했다.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대법원을 거치는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아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2011년 공소시효(25년) 만료로 종결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특별법을 적용해 시효를 연장하고 2016년 수사를 재개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지난 34년간 134명이 “내가 살해범”이라고 주장했고 총 1만 명이 조사를 받았다.

사회민주당 소속의 팔메 총리는 1969∼1976년, 1982∼1986년 두 차례 권좌에 올랐다. 베트남전을 반대하고, 인종차별 정책을 편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정관을 강력히 비판하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중립 노선을 강화했다. 큰 인기를 누렸지만 서구권 보수 세력의 미움도 동시에 받았다. 이에 ‘미 중앙정보국(CIA)이 미운 털이 박힌 팔메를 제거했다’ ‘스웨덴 극우파 소행이다’ ‘핵무기를 강화하려는 러시아 KGB가 암살했다’ 등 갖가지 음모론이 제기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