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학대 아동, 경찰에 진술 “집안일 할때만 쇠사슬 풀어줘” 다른 자녀 3명도 강제 분리 조치… 계부-친모 자해소동 벌이기도 가해자들 질병-생활고 핑계… 처벌 강화에도 아동학대 늘어 “예비 부모 인권교육 등 필요”
아동학대 가해자가 자신의 처지를 내세워 학대를 정당화하려는 건 다른 사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2014년 9월 이후 아동학대 치사 사건 21건을 분석해 보니 42.9%가 질병이나 생활고, 그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추세다.
○ 목에 쇠사슬 걸고 감금, 4층 베란다로 탈출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A 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6시경 지붕과 맞닿은 4층 높이의 발코니 난간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옆집에서 음료수를 마신 뒤 맨발로 거리를 배회하다 극적으로 구조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눈 부위의 멍, 손과 발의 화상을 비롯해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현재 병원 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의붓아버지는 “A 양이 반항할 때 몇 대 때렸을 뿐”이라며 학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는 조현병을 호소하며 조사도 받지 않았다.
경찰은 10일 다른 자녀 3명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임시로 맡겼다. 경찰 측은 “법원의 임시보호명령 결정을 받아 5세와 4세, 1세인 자녀를 전문기관에 맡겼다.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자해 소동을 벌였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전했다.
○ 학대범 절반 가까이 ‘심신미약’ 주장
지난해 6월 생활고로 다투다 2세 아들을 숨질 때까지 폭행한 부부는 “친모가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고 산후우울증도 앓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2017년 5월 자신의 조카를 돌보다 학대해 숨지게 한 이도 “평소 우울증을 앓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할 능력이 미약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판결은 강화됐지만 통계로 드러나는 아동학대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아동학대 특례법은 2013년 경북 칠곡군에서 한 계모가 8세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뒤, 죽은 아이의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다 들통 난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건은 오히려 2014년 1만27건에서 2018년 2만460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과거엔 사회 인식 부족으로 학대 아동 파악이 부실했다는 걸 감안해도 가파른 증가세다. 학대로 인한 사망 아동 역시 2014년 14명에서 2018년 28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엔 38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와 더불어 예방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미향 남서울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학대당한 아이가 직접 신고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모든 부모가 혼인신고나 출산신고 때 의무 아동권리교육을 받게 하는 등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학대 재발과 대물림을 막기 위한 관리도 절실하다. 21건 가운데 3건은 피고인이 과거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거나 아동학대로 처벌받은 뒤 또다시 학대를 저지른 경우였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하는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학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심리치료와 상담도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신지환 / 창녕=강성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