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 “잘못된 관행 도리 아니다”… 주호영 “양보 가능한 쪽서 양보를” 朴의장 12일 본회의 안건 상정땐 여당, 상임위장 선출 강행 예정 12일 오전까지 협상 계속 가능성… 최종 결렬땐 여야 충돌 불가피
여야 손 맞잡긴 했는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가 11일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4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상임위원장 배정 문제를 놓고 김 원내대표는 “결과가 뻔히 보이는데도 고집 피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고 했고, 주 원내대표는 “상임위 배정이 정리돼야 위원 선출이 가능하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사진공동취재단
○ 데드라인 전날까지 ‘평행선’
박 의장은 11일 오전 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오늘 각 당이 양보할 수 있는 안을 내고 합의에 이를 것을 당부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내일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잘못된 국회 관행으로 국회가 정상적 운영을 하지 못한 사태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압박했지만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양당이 합의하자는 것은 좋은데, 양보할 수 있는 사람이 양보해야 한다”고 맞섰다. 회동이 끝난 뒤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비서관은 “오늘 중으로 원내수석은 원내수석끼리,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끼리 비공개 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박 의장은 두 당 지도부에 21대 국회 개원식을 열어줄 것을 정중하게 부탁했다”고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다시 만나 막바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불발로 끝났다. 12일 오전에라도 민주당 또는 통합당이 양보 의사를 내비치고, 당내 상임위원장 배분을 위해 시간을 달라고 하면 상임위 구성은 다음 주로 미뤄질 수 있다. 국회 개원식만 이날 진행될 수 있는 것. 하지만 최종 협상이 불발될 경우 명분과 실리를 챙기기 위한 여야 수 싸움도 복잡해진다.
○ 민주당, 1, 2개 상임위원장 ‘살라미 선출’할 듯
일단 박 의장이 상임위원장 선출 안건을 상정하면 민주당은 예고대로 이날 본회의에서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장 선출을 시작할 예정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등 1, 2개 상임위원장만 먼저 뽑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8일 원 구성 법정시한을 넘겨 야당에 시간을 준만큼 강행 처리할 명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이어 여야정 회동의 정례화를 제안한 문재인 대통령의 협치 행보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 연설도 무산되거나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 통합당이 상임위를 보이콧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등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이 여당으로 향할 수도 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12일 단독으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할 경우 본회의에 불참할 계획이다.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11일 당 회의에서 “12일 이후 국회 상황이 파행에 이를 확률이 대단히 높다”고 했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면 향후 상임위 협상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의 개원연설 등 민주당이 원하는 의사 일정에 일절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법사위를 포함한 상임위원장 선출을 표결에 부치면 현실적으로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다.
통합당은 12일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 참석 여부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민주당이 12일 법사위를 포함한 일부 상임위만 먼저 위원장을 선출할 경우 추가 협상에 응하지 않고, “협치를 내팽개쳤다”는 여론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법사위를 가져오지 못하면 야당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는 데 의원들 의견이 모아진 상태”라며 “야당 몫 위원장이 배정 안 된 상태에서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장을 선출한다면 야당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권한 남용”이라고 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조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