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독한 종교 박해 개선 안돼” 北 “대선 잘 치르려면 입 다물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앞두고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이슈 중 하나인 인권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그러자 북한은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부딪힐 것”이라며 미국을 정조준했다. 미국 대선을 5개월 앞둔 가운데 대북전단으로 재점화된 한반도 긴장 국면이 점차 북-미 간 충돌로 비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미 국무부는 10일(현지 시간) ‘2019 국제종교자유 보고서’를 내고 “북한 관리들과 관여하는 과정에서 완전한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샘 브라운백 미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북한은 종교적 박해의 영역에서 아주 공격적이고 지독하다(egregious)”며 “북한은 개선의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으며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앞서 미국은 3월 ‘세계 인권보고서’를 발표할 당시 평양을 고려해 ‘지독한 인권침해’라는 표현을 삭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11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조선중앙통신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미 국무부가) 조선(북한)의 최근 행동에 실망하였다느니 하는 부질없는 망언을 늘어놓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며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어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대선을 거론하며 미국을 겨냥한 도발을 위협한 것이다. 북한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금 보니 오히려 선임자들보다 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