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예능 ‘대탈출’ 연출 정종연 PD 퀴즈 풀며 초대형 밀실 탈출, 시즌 1~3 이끌며 ‘세계관’ 구축 CG배제, 세트 먼지도 실제 가루
정종연 PD는 출연자의 ‘찐 반응’을 볼 때 가장 즐겁다. 그는 “김종민이 퀴즈의 단서가 담긴 종이를 못 챙긴 걸 알고 ‘망했다’ 하는 표정을 지었을 때, 김동현이 세트장에 들어온 고양이를 보고 놀라 주저앉았을 때처럼 출연자들의 꾸밈없는 반응이 ‘대탈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CJ ENM 제공
“이건 예능인가요, 영화인가요?”
2018년 7월 tvN 예능 ‘대탈출’ 첫 편이 방영되자 시청자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대탈출은 강호동 김동현 김종민 신동 유병재 피오가 퀴즈를 풀며 초대형 밀실을 탈출하는 프로그램이다. 사설 도박장, 정신병원, 교도소, 감옥 등 영화에서 볼 법한 세트를 구현해 ‘tvN 예능 중 가장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프로그램’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7일 막을 내린 대탈출 시즌3은 세 시즌 가운데 평균 시청률(2.6%)이 가장 높았다. 시즌1, 2 등장인물이 계속 나오는 등 스토리가 연결돼 ‘대탈출 세계관을 구축했다’는 호평도 받았다.
하지만 8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종연 PD는 “시즌3이 많은 숙제를 남겼다”고 했다. ‘더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에 이어 대탈출까지 ‘두뇌 예능의 1인자’로 꼽히는 정 PD에게 이야기와 리얼리티 사이의 균형 잡기가 큰 과제로 남았다는 것. 시즌 초반에는 퀴즈를 풀어 밀실을 빠져나오는 ‘방 탈출’ 콘셉트에 충실했지만 점차 서사가 가미되면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리얼리티에 대한 집념은 세트에도 묻어난다. 시즌3 1회에는 출연자들이 엘리베이터처럼 생긴 타임머신을 타고 공간 이동하는 장면이 나온다. 타임머신이 벽과 붙어 있으면 다른 곳으로 통하도록 세트를 지은 것처럼 보여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일부러 벽과 떨어뜨려 놓았다. 카메라 앵글 밖 디테일까지 살린 이런 장인정신으로 장연옥 미술감독은 올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을 받았다.
“세트의 먼지도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입히지 않고 먼지 효과를 내는 가루를 흩뿌려요. 출연자가 혹시라도 만졌을 때 손에 묻어나도록 말이죠. 우리끼리 서로 봐주자는 식의 눈속임은 통하지 않습니다.”
정 PD는 웃음뿐만 아니라 공포 분노 슬픔 같은 감정도 엔터테인먼트에서 간접 체험하면 재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재미에 대한 그의 철학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시즌3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3.0%)을 기록한 ‘어둠의 별장’ 편도 아예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만들면 재미있겠다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일상에서 겪기는 싫지만 대리 체험했을 때 쾌감을 주는 상황이 무엇일지 끊임없이 고민해요. 그런 ‘갈등적 재미’를 주는 예능도 하나쯤 필요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