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중간고사 한창인데 ‘등교중지’ 학생 끊이지 않아…학교는 당혹

입력 | 2020-06-12 07:08:00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지난달 21일 오전 부산 수영구 덕문여자고등학교 고3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2020.5.21 © News1


전 학년 등교수업이 시작된 이후 부산지역에서 중간고사가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등교하지 못하거나 선별진료소로 향하는 학생들이 끊이질 않고있다. 학교는 성적과 직결되는 중간고사 기간에도 의심증상자가 계속 나오자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의심증상(발열, 기침, 두통, 코막힘, 후·미각 상실 등) 학생이 나오면 원칙적으로는 시험을 치르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증세가 경미하거나 호전됐다는 이유로 시험을 치게 해달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강한 요구와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입시에 민감한 고등학생들이 해열제를 먹고 등교하거나 몸이 좋지 않은데도 ‘자가진단’에서 의심증상이 없다고 보고한 뒤 시험을 치를 가능성도 제기한다.

특히 이달에는 중간고사 뿐 아니라 전국연합학력평가,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까지 몰려있어 학교는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11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고등학교 150곳과 중학교 171곳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9일까지 학교별 학사일정에 맞춰 중간고사 지필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5일동안 중간고사 시험을 진행한다.

교육부와 시교육청이 발표한 1차 가이드라인에서는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어도 증상이 경미(37.5도 이하 등)하고 학생이나 보호자가 응시를 희망하는 경우 학교장 판단하에 일시적 관찰실 또는 별도 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수정된 2차 가이드라인에서는 별도 시험실을 개설하지 않고 경미한 경우라도 의심증상이 있으면 등교하지 않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학교는 등교 전에 의심증상 학생이 나오면 곧바로 등교 중지시키고 3~4일동안 집에서 쉬도록 조치한다. 또 시험 도중에라도 의심증상이 있는 학생이 생기면 119에 신고한 뒤 구급차 지원을 받아 선별진료소로 옮겨야 한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학생은 중간고사를 못치더라도 선별진료소 방문 확인서 또는 병원으로부터 진단 소견서를 제출하면 인정점 100%를 받을 수 있다.

시교육청은 기저질환으로 인해 의심 증상을 보인 학생이 중간고사를 치고 싶어 하는 경우, 타인에게 전파되는 감염병이 아니라는 의사 소견서가 확인되면 별도 시험실을 마련해 응시가 가능하다는 지침도 내렸다.

하지만 소견서를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해도 의사조차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없다고 쉽게 단정짓지 못하기 때문에 시험을 치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발생한 내성고 고3 확진자의 경우에도 병원에서는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아닌 단순한 감기로 보고 인후염 진단을 내렸다. 게다가 이 학생은 민감성 대장증후군으로 평소에도 자주 설사와 복통을 호소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등교했다가 뒤늦게 확진 판정을 받아 학교 전체 등교수업이 중단됐다.

문제는 학교마다 적게는 1~2명, 많을 때는 3명 이상씩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학생들이 매일 나온다는 것이다.

부산의 A고등학교의 학교장은 “중간고사 시험 첫 날에 의심증상을 보인 학생 3명이 있었는데 오후에 코로나19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며 “발열 증세가 경미했던 한 학생은 음성 결과가 아직 안나온 상태였는데 시험을 치게 해달라고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산의 B고등학교의 한 부장교사는 “다음주부터 중간고사가 시작되는데 반별로 하루에 1~2명씩 등교중지가 뜨는 학생들이 나와 걱정이 된다”며 “학교성적관리 규정에 따라 코로나19 의심증상 학생이 중간고사 시험을 못치면 기말고사 과목성적 기준으로 인정점 100%를 부여하고 중간, 기말 모두 못치면 수행평가 점수를 환산해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에는 의심증상이 경미한 학생을 위해 별도 시험실을 운영하라고 지침이 내려와서 의논했는데 사흘전에 다시 공문이 내려와서 운영하면 안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초 별도 시험실을 운영해 의심증상이 경미한 학생들도 시험을 칠 수 있도록 하려 했으나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계속되다보니 교육부에서 2차 가이드라인이 내려왔다”며 “유증상이 아주 경미하더라도 전문 의료인으로부터 ‘감염 가능성이 없다’는 확인을 받지 않은 경우라면 학교에서 시험을 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간고사 때문에 학교 현장도 걱정이 크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의논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 명이라도 확진자로 인해 감염 전파가 이뤄지면 파급력은 굉장히 크다”며 “개개인의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본인뿐 아니라 다른 학생, 학교의 등교수업 중지까지 여파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지도가 잘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