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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학대 아동, 그토록 가고 싶었던 ‘큰아빠 집’서 자랄 듯”

입력 | 2020-06-12 10:02:00

피해 어린이, 신체적 상흔은 어느 정도 치유된듯
인사성 밝고 목소리 낭랑, 안아주니 씨익 웃어
올해 1월 창녕에 이사온 뒤 고통스러웠다고 기억



사진=뉴시스


경남 창녕에서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에게 가혹한 학대를 받다 구조된 이른바 ‘창녕 아동학대 사건’ 피해 어린이 A 양(9)이 건강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A 양은 아동쉼터에서 심리치료를 받은 후 A 양이 머물렀던 위탁가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이 목숨 건 탈출을 한 후 최초 신고자에게 데려다 달라고 했던 ‘큰아빠·큰엄마’ 집이다. 위탁 부모는 실제 A 양의 친인척은 아니지만, 재위탁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을 보호하고 있는 박미경 경남도 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A 양의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집중 치료를 받아 현재 신체적인 상흔이라든지 아이가 아팠던 곳은 어느 정도 치유가 됐다”며 “아이가 병원에서 나오는 음식을 굉장히 잘 먹었다.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는 몸무게도 늘었다”고 알렸다.

이어 “오늘 퇴원한 후 첫 끼를 먹었는데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며 “주는 밥을 다 싹싹 비울 정도로 잘 먹는다”고 덧붙였다.

박 관장은 “A 양이 말을 잘한다”며 “아이도 안정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안아주니 씨익 웃더라. 어두운 행동은 크게 없고 목소리도 낭랑하게 자기 의사를 잘 얘기한다. 인사성도 밝다”고 전했다.

앞서 A 양은 2년간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다가 2017년경 친어머니에게 돌아갔다. 박 관장은 “해당 위탁가정으로부터 아이를 양육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논의를 통해 아이가 일단 쉼터에서 집중적인 심리치료를 받고, 안정되면 위탁가정으로 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박 관장은 “A 양이 올해 1월 창녕으로 이사한 뒤부터 조금 힘들었고 많이 고통스러웠다고 하더라”며 “1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덮치면서 A 양을 비롯해 의붓동생 3명 등 4명이 모두 보육기관에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머니가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는데, 양육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으리라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A 양의 의붓동생 3명 역시 부모와 분리됐다. 박 관장은 “아이들 나이는 만 3세, 만 4세, 생후 3개월”이라며 “다행히 아이들은 어디 상처도 전혀 없고 몸무게도 정상이다”라고 했다.

쇠목줄 푼 후 4층서 목숨 걸고 옆집으로
A 양의 의붓아버지와 친어머니는 빌라 4층 베란다에서 이틀 동안 A 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난간에 자물쇠로 고정해 움직이지 못 하도록 했다.

또한, 쇠막대기와 빨래 건조대로 때리고,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 화상을 입혔다.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을 못 쉬게 하기도 했다.

모진 학대를 견뎌온 A 양은 의붓아버지가 일을 나가고 어머니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지난달 29일 위험을 무릅쓰고 4층 높이의 빌라 발코니 난간을 통해 옆집으로 넘어가 도망쳤다.

당시 옆집이 비어 있었고, 집에서 나온 A 양은 맨발로 거리를 배회하다 이웃 주민에게 구조됐다. A 양은 당시 주민에게 “집에 가기 싫다”며 “‘‘큰아빠·큰엄마’한테 데러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의 집에선 학대에 사용된 증거 물품을 다수 나왔다.

A 양은 경찰 조사에서 학대당한 사실을 털어놨다. 밥은 하루에 한 끼만 먹었고,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가족과 분리돼 다락방에서 갇혀 지냈다고 한다.

의붓아버지는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친어머니는 조현병을 호소하며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