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지도)
위성 지도를 통해 학대 받던 A 양(9)이 탈출한 빌라 위치를 확인해 보니, 건물은 인적이 드문 도시 끝자락의 산 밑에 있었다.
이 빌라는 외각 마을에서도 논밭을 지나 한참을 걸어야 할 만큼 외진 곳에 덩그러니 있다.
빌라는 총 4층이지만 경사진 지대를 높여 건물을 지은 점, 꼭대기가 복층인 점을 감안하면 A 양이 탈출한 곳은 도로면에서 5층 높이 이상이다.
15m 높이, 45도 경사진 지붕 지나 위험천만 탈출
(구글맵)
(채널A)
지붕 경사는 약 45도, 옆집 베란다까지는 약 9m다. 건물 높이는 15m 안팎으로 성인이 이동하기에도 무서운 구조다.
A 양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맨발로 이곳을 지나 탈출했다. 부모가 집안일을 시키기위해 잠시 사슬을 풀어준 틈을 타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옆집서 짜파게티·누룽지로 굶주린 배 허겁지겁
(구글맵)
옆집 주민은 “베란다 문을 열어놓는데, 아무도 없었는데 먹고 간 흔적이 있더라”고 언론에 설명했다. 이 흔적을 발견한 때가 5월 29일 오전 10시경이다.
아랫마을 까지 1km 무작정 걸어
(구글맵)
빌라와 마을 사이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A 양의 다음 행적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마을 입구 편의점까지 약 1㎞를 걸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과정에서 차도를 이용했는지 산길을 이용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목격자인 편의점 주인은 “엄마, 아빠한테 들킬까 봐 뒤쪽에 산이 있는데 그쪽으로 탈출해서 나왔다고 한다. 흙먼지 투성이었다”고 말했다.
쫓기듯 덜덜, 먹고 싶은 것 고르라는 말에…
이 편의점에서도 A 양은 누군가에 쫓기듯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편의점 주인은 “얼굴은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였고, 덜덜 떨면서 여기저기 눈치 보는 상태였고 걷는 것이 좀 불편다”고 말해다.
배가 고프다던 A 양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는 말에 조심스럽게 먹을것을 골랐다. A 양은 구조 주민이 사준 도시락, 바나나 우유, 빵, 과자 등을 먹었다고 한다.
A 양은 최초 구조 주민에게 “집에 가기 싫다”며 “큰아빠·큰엄마한테 데려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양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되고 나서야 자초지종을 털어놨다. 계부와 친모가 달궈진 프라이팬과 쇠젓가락으로 손발을 지지고, 물이 가득한 욕조에 머리를 넣어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등의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계부는 “반항할 때 몇 대 때렸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모는 조현병을 호소해 조사도 받지 않았다.
A 양은 12일 건강을 회복하고 퇴원해 아동보호 전문기관에서 지내고 있다. 시설 관계자는 “오늘 퇴원한 후 첫 끼를 먹었는데 모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주는 밥을 다 싹싹 비울 정도로 잘 먹는다”고 전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