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원 구성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면서 상임위원장 선출이 15일로 또 다시 미뤄졌다. 176석 의석 수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16대 국회 이후 야당 몫이었던 법제사법위원장직을 가져오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으면서 여야의 협상은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오늘 원 구성을 마무리짓지 못해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15일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사흘간 여야 합의를 촉구했다. 본회의에는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통합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여야는 원 구성 지연에 대한 책임을 넘기며 ‘네 탓 공방’을 이어갔다. 통합당 김 원내수석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연일 여야 협치를 말씀하시고 계시는데 대통령의 말이 통하지 않는 레임덕이 왔다고 봐야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상대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는 중인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은 “통합당은 지난 20대 국회 내내 법사위 권한 악용해 수많은 민생·개혁 법안 좌초시켰다”며 “법사위를 가지겠다는 건 낯부끄러운 주장”이라고 받아쳤다. 양 당 원내수석의 의사진행발언을 들은 박 의장은 15일 본회의 개최 방침을 밝힌 뒤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을 상정하지 않고 16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 박 의장은 이날 예고했던 상임위원장 선출의 건 상정을 미루고, 여야에 사흘 간의 추가 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야당은 강행 처리를 위한 여당의 명분 쌓기로 보고 15일 본회의도 불참하기로 했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뒤 “오늘 (강행 처리) 하려고 하니까 부담되서 미룬 것”이라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기 때문에 주말 사이에 (민주당과) 접촉하거나 만날 일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을 향해 “18개 상임위원장 다 가지고 책임 정치하겠다는데 해보라”며 민주당의 ‘의회 독재’ 프레임을 부각시켰다.
반면 민주당은 원 구성 법정 시한인 8일에 이어 두 차례나 처리를 미룬 만큼 박 의장도 15일에는 더 이상 원 구성을 미룰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12일 오전까지 마라톤 협상을 통해 예결위와 국토위, 정무위 등 핵심 상임위 위원장직과 교육위, 문화체육관광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환경노동위 등 7개 상임위원장직을 양보하기로 한 만큼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통합당 내부에선 불리한 여건에서 법사위를 내주되 예결위 국토위 정무위 등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아내 실리를 챙기자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