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심의 공정성 우려…직무 수행 회피해야"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의혹 무죄 판단 거론
‘불법 경영 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소집 요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수사심의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창수 전 대법관의 옛 판결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과거 유관 사건 판결을 내린 바가 있는 만큼, 양측이 첨예하게 다투는 수사심의위 위원장으로서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법원 등에 따르면 양 전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인 지난 2009년 5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에 관여했다. 그는 1·2심에서 CB를 헐값에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허태학·박노빈 에버랜드 전 대표이사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하는데 찬성한 대법관 중 한명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과 시민단체에서는 양 전 대법관이 수사심의위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취지 주장을 편다.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 때부터 삼성의 경영 승계 작업이 시작된 만큼, 수사심의위가 다루게 될 이 부회장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운영지침에 따르면 수사심의위 소속 위원은 150~250명 수준이며, 이 가운데 무작위 추첨을 통해 15명을 추려 현안위원회를 구성한다. 위원장은 질문이나 표결에 참여하지는 못하지만, 현안위원회의 의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한다. 심의기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30쪽 의견서도 위원장에 따라 쪽수를 조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지침에는 현안위원뿐만 아니라 위원장의 회피·기피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 현안위원은 심의 대상인 사건에 대해 심의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장에게 회피를 신청한다. 위원장도 회피 또는 기피 신청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양 전 대법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관 중 하나”라며 “동일한 맥락에 있는 이 부회장 승계 과정의 불법에 대한 수사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심의위의 위원장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10여년전 판단을 이유로 위원장 자격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수사심의위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위원 구성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피나 회피 신청을 이야기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 한 인사는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은 수사심의위에 올라간 이 부회장 사건과 연결이 쉽지 않다”며 “심의위 일정도 잡히기 전에 위원장에 대한 논란이 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