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에 자료 전달"→"요청은 없어" '정경심 투자 대상 몰랐다' 취지 증언 신문과정에서 다른 대답에 재차 질책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의혹 관련 핵심 인물로 꼽히는 5촌 조카가 12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에 나와 허위컨설팅 자료를 정 교수가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전날과 배치되는 증언을 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은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모(38)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와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용역료 명목으로 매월 860여만원씩 총 19회에 걸쳐 1억5700만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그러면서 변호인이 ‘허위 컨설팅 자료를 정 교수에게 보여주거나 한 적 없나’라고 질문하자 조씨는 “정 교수에게는 없다”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조씨가 정 교수 재판에서 ‘정 교수 동생 정모씨 명의로 허위컨설팅 자료를 만들어 정 교수에게 교부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한 증언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당시 조씨는 정 교수와 주식 백지신탁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동생 정씨가 컨설팅한 자료가 없는 것이 문제될 수 있다는 점을 검토하고 이같은 허위 컨설팅 자료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조씨는 정 교수가 블라인드 펀드의 투자 대상을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고 펀드를 조성한 뒤 투자 대상을 모색해 투자하는 펀드다.
정 교수는 조씨로부터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이용해 지난 2018년 1~11월 차명으로 약 7억13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 당시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가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에 정확한 투자 대상을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날 정 교수 측 변호인이 ‘출자 당시 펀드 설정 후 W라는 회사를 인수해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정도로 정 교수와 동생 정씨에게 설명했다’라고 묻자 조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W사는 코링크PE가 투자한 WFM이다.
변호인이 해명자료를 제시하며 ‘W사라는 것만 알려줘 투자자들이 W사를 알지 못했다고 이해하면 되나’라고 재차 묻자 조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조씨는 당시 정 교수 등 출자자들이 출자금을 납입하기 전에 투자 대상 회사를 몰랐고, 당시 투자 대상 회사가 정해진 상황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날 조씨는 정 교수 측 변호인 질문에 맞지 않는 대답을 하다가 전날에 이어 재판부로부터 다시 한번 질책을 받았다.
변호인이 ‘정 교수에게 운용현황보고서를 전달 안 하고 구두로 설명했다고 얘기한 거 기억하나’고 묻자 조씨는 “아마 저는 관련 서류들을 담당 직원이 만들고 있었을 거로 생각하고 대화한 기억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그게 무슨 대답인가. 질문에 맞게 대답해라”면서 “본인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말고, 다른 걸 묻는데 왜 그런 대답을 하나”라고 질책했다.
이후 변호인이 다시 질문하자 조씨는 “워딩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그런 취지의 말을 한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이후 신문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조씨는 전날에는 검찰의 신문에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을 반복하다가 재판부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습관적으로 모른다고 한다. 증언거부권은 자유인데 거짓말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조씨는 모든 증인신문이 끝난 뒤 “정말 죄송한 마음이고, 이 사건이 끝나더라도 최선을 다해 변제하면서 살겠다”고 말한 뒤 퇴정했다.
정 교수의 다음 공판은 오는 18일 오전 10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은 조 전 장관 최측근이자 청문회 인사팀장이던 김미경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 코링크PE 대표 이상훈씨가 증인으로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