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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만드는 법]“러브크래프트의 공포, 다시 써보고 싶었죠”

입력 | 2020-06-13 03:00:00

‘…러브크래프트’ 기획한 이수현 작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공포라는 장르는 언제나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속 가장 취약한 것을 건드려요. 서로 많은 것이 오가며 다른 것들이 섞이는 혼란한 시기인 지금, 더 ‘다른 것들’을 두려워하잖아요. 러브크래프트는 100년 전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어요.”

‘내 소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스티븐 킹이 고백한 미국 공포소설의 거장 H P 러브크래프트(1890∼1937)는 국내에도 마니아가 적지 않다. 작가를 넘어 장르가 된 듯한 그의 작품세계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영화 ‘헬보이’ ‘아쿠아맨’을 비롯해 음악 만화 등 각종 대중문화에 은근슬쩍 침투해 있다.

이수현 작가(44·사진)가 다른 작가들을 불러 그의 세계관을 오마주하는 연작 ‘Project LC·RC(프로젝트 러브크래프트·리크리에이트)’를 기획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테다.

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작가는 “러브크래프트는 자신 이외의 모든 걸 무서워하던 사람이라서 현대화, 아니면 한국화라고 해야 하나, 그걸 잡고 써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른 작가에게 연락해서 써보자고 할 때는 ‘이분이 이걸 쓰면 뭐가 나올까’ 같은 궁금함도 있었다.

이 작가의 머릿속에 있던 작가들, 이들이 추천한 다른 작가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책으로 펴낸 안지미 알마 대표가 러브크래프트의 팬인 최재훈 작가를 끌어들였다. 이 작가와 김보영 김성일 박성환 송경아 은림 이서영 홍지운 작가가 러브크래프트의 세계를 화두로 7편의 경장편을 썼고 최 작가가 이 작품들을 종합하는 그래픽노블 1편을 더했다. 모든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도 최 작가 작품이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호러이기도, SF이기도 한데 이상한 구석이 적잖아 ‘위어드(weird·기묘한) 소설’이나 ‘코스믹(cosmic) 호러’라고도 부른다.

“코스믹 호러는 본질적으로 ‘우주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되게 크고 막막한데 인간의 운명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거기서 느끼는 공포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는 아예 인간에게 악의를 갖고 괴롭히기도 하지요.”

지난 세기 전반 러브크래프트가 읽혔을 때 미국인이 느꼈을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허무함 비슷한 감각을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종교가 해체되는 시기인데도 종교에 더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작가는 생각한다.

공대를 1년 다니다 인류학으로 전공을 옮긴 이 작가는 전국의 굿판을 돌아다니며 석사 논문을 썼다. 자신이 종교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종교적인 의례, 의식이 굉장히 인간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인간에게 가장 강렬한 두려움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러브크래프트의 말이 조금 이해되는 듯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