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기획한 이수현 작가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내 소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스티븐 킹이 고백한 미국 공포소설의 거장 H P 러브크래프트(1890∼1937)는 국내에도 마니아가 적지 않다. 작가를 넘어 장르가 된 듯한 그의 작품세계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영화 ‘헬보이’ ‘아쿠아맨’을 비롯해 음악 만화 등 각종 대중문화에 은근슬쩍 침투해 있다.
이수현 작가(44·사진)가 다른 작가들을 불러 그의 세계관을 오마주하는 연작 ‘Project LC·RC(프로젝트 러브크래프트·리크리에이트)’를 기획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테다.
이 작가의 머릿속에 있던 작가들, 이들이 추천한 다른 작가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책으로 펴낸 안지미 알마 대표가 러브크래프트의 팬인 최재훈 작가를 끌어들였다. 이 작가와 김보영 김성일 박성환 송경아 은림 이서영 홍지운 작가가 러브크래프트의 세계를 화두로 7편의 경장편을 썼고 최 작가가 이 작품들을 종합하는 그래픽노블 1편을 더했다. 모든 책표지 일러스트레이션도 최 작가 작품이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은 호러이기도, SF이기도 한데 이상한 구석이 적잖아 ‘위어드(weird·기묘한) 소설’이나 ‘코스믹(cosmic) 호러’라고도 부른다.
“코스믹 호러는 본질적으로 ‘우주는 나에게 관심이 없고, 되게 크고 막막한데 인간의 운명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 거기서 느끼는 공포감’이라고 해야 할까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는 아예 인간에게 악의를 갖고 괴롭히기도 하지요.”
지난 세기 전반 러브크래프트가 읽혔을 때 미국인이 느꼈을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허무함 비슷한 감각을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종교가 해체되는 시기인데도 종교에 더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이 작가는 생각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