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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관리도 최고”… 의사들이 자기 가족 맡기는 의사

입력 | 2020-06-13 03:00:00

[떠오르는 베스트 닥터]<4>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술도 중요하지만 수술 이후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교수는 대장암 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내 동생이 대장암이래. 간으로 전이까지 됐다는데….”

6년 전 어느 날,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49)에게 친구가 이런 소식을 전해 왔다. 그 친구 또한 대학병원 교수였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보다 이 교수에게 동생을 맡기고 싶어 했다.

이 교수는 먼저 2개월 동안 항암치료를 시행해 암 세포의 수를 줄인 후 대장암 수술을 했다. 간 절제 수술도 동시에 진행했다. 환자는 어려운 시기를 잘 넘겼고, 지금 건강하게 지낸다.

이 교수에겐 이런 사례가 꽤 많다. 이 교수 친구의 친척 의사 한 명이 직장암에 걸렸을 때도 그랬다. 그 환자 또한 의사이니만큼 ‘베스트 닥터’에 대한 정보도 많을 터. 그 환자가 고른 의사 또한 이 교수였다. 그 환자는 또 다른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을 옮겨 이 교수에게 수술을 받았다.



○ 수술-수술 후 케어 모두 잘하는 베스트 닥터
의사들이 자신의 가족을 맡기고 싶어 하는 의사. 이 교수에게 붙는 타이틀이다. 이 교수만의 탁월한 수술법이 있어서 그런 걸까. 이 교수는 “그런 건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국내 대장암 치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며 전국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수술법이 똑같을 만큼 표준화돼 있다는 것. 다만 ‘수술 실력’만큼은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차이는 의사 주변의 ‘전문가’만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전문가들이 선호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개복, 복강경, 로봇 등 모든 종류의 수술에 능하다. 대장암 환자의 90% 정도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한다. 나머지 10%의 환자는 개복 수술을 한다. 대장암의 경우 로봇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탓이다. 다만 직장암 중 난도가 높을 경우 로봇 수술을 종종 시행한다.

한때 수술 잘하는 의사가 최고의 외과 의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물론 지금도 수술 실력은 외과 의사의 첫째 자질로 꼽힌다. 하지만 메스로만 ‘자웅’을 겨루는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적잖다.

이 교수는 “요즘 외과 의사는 수술 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수술 후에도 환자의 모든 것을 살피는 전방위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암 덩어리만 잘라내면 외과적 치료는 끝났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암 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수술 후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이 분야가 외과 의사들에게도 중요한 치료 영역이 된 것. 이 교수는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되려면 수술 말고도 ‘다양한 무기’를 동원해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장암 수술 환자 조기 회복 프로그램 가동
2000년대 초반부터 수술 환자의 회복을 돕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국제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수술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자 면역력을 높이는 ‘수술 후 조기 회복(ERAS)’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바로 이 프로그램에 이 교수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이 교수는 수술 환자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수술 후 염증과 관련한 논문만 수십 편을 냈을 정도다. 이 교수는 2008년 국내에 이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서울성모병원은 공식적으로 2017년 모든 대장암 수술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수술 6∼8시간 전부터는 금식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수술 시작 2시간 전까지 탄수화물 보충 음료를 먹는다. 이렇게 영양을 공급하면 수술 후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고 합병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 수술로 인한 염증 반응도 약화시켜 회복도 빨라진다.

수술 후에도 집중 관리가 이뤄진다. 수술 후 4시간이 지나면 물을 마시고, 다음 날이 되면 죽을 먹을 수 있다. 동시에 환자는 보호자와 함께 15분 이상 걷기, 30분 이상 침대 밖에서 활동하기 등의 활동을 수행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혈액순환과 장의 운동을 촉진시키는 것. 그 결과 퇴원도 빨라진다. 보통 대장암 수술을 받으면 5∼7일 후 퇴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3∼5일 후 퇴원하게 된다.

이 교수는 요즘 염증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암 초기 수술 환자 중 어떤 이는 재발하고 어떤 이는 재발하지 않는다. 그 원인을 밝혀내려 한다. 수술 전과 수술 후, 항암 치료 후로 환자를 분류해 분석 중이다.


▼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확률 크게 줄이죠” ▼
이 교수가 말하는 ‘슬기로운 장 건강 개선법’

유산균이 장(腸) 건강에 좋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모두에게 똑같이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수는 있다. 이인규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장 내부 환경이 좋지 않다면 유산균을 섭취할 당시에만 효과를 보다가 그것을 끊으면 몇 주 이내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어릴때 식습관이 장의 건강 좌우
결국 유산균 효과를 보려면 장 속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에 따르면 몸에 좋은 미생물이 장 내부에 터전을 못 잡는 환경은 1, 2년 이내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이 교수는 “어렸을 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장 속의 환경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의 식습관이 장의 평생 건강을 좌우하는 것. 바로 이 때문에 이 교수는 “식습관이 잘못되면 없던 장 질환도 생길 수 있다”며 올바른 식습관을 늘 강조한다. 이미 어른이 된 후 식습관을 고쳐도 장 건강에 도움이 될까. 이 교수는 “물론이다”며 지금부터라도 따라 해야 할 식습관 세 가지를 제시했다.



○ 고기는 충분히, 음식은 골고루
첫째, 이 교수는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는 소박한 식사를 추천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특정 음식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은 없다. 우리가 제대로 먹지 못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둘째, 고기 섭취를 충분히 한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을수록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이 교수는 “절반만 맞다”며 “건강한 요리법을 지킨다면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게 오히려 건강에 더 좋다”고 말했다. 채소를 함께 먹어주면 고기 섭취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 식품첨가제 많은 음식 피해야
셋째, 가려야 할 음식이 있다. 식품첨가제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는 음식들이다. 이 교수는 “이런 물질은 장내 미생물이나 세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나쁜 균이 활동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식습관만 제대로 고쳐도 대장암 발병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대장암 가족력이 있다면 암 발병 확률은 높아진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라도 식습관을 고치면 ‘대장암 DNA’의 작동을 막거나 늦출 수 있다. 이 교수는 식습관 개선과 함께 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젊다고 과신하지 말고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