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7세인 양상규 고문은 80세까지는 100km 울트라마라톤을 달리고 싶다고 했다. 양상규 고문 제공.
양상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파&피트니스 웰페리온 고문(67)은 6월 5일과 6일 열린 물사랑 낙동강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100km를 16시간 24분에 완주했다. 2004년 5월 2일 한강일주 100km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한 것을 시작으로 16년 만에 100km를 100회 완주했다. 대한민국 국토종단 622km 등 100km 이상을 달린 것을 포함해 100회를 달린 것이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100회 달리는 것도 대단한 일인데 100km 이상을 100회 달렸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냥 달리는 게 좋았다. 100km를 달리고 나면 내 몸 안에 있는 모든 이물질이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힐링도 힐링이지만 내 몸이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다.”
양상규 고문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몸을 잘 관리하며 달려야 부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상규 고문 제공.
“당시 종로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현대 스포츠센터가 문을 열면서 바로 가입했다. 한 사람, 두 사람 모였고 20~30명이 되자 자연스럽게 클럽이 생겼다. 그래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헬스클럽 트랙(70m)에서 달렸지만 나중엔 바로 옆 원서공원으로 나가 달렸고 남산, 한강으로도 나가게 됐다.”
건강을 위해 달리던 그는 마라톤 붐이 일었던 2000년대 초반부터 풀코스를 달렸다. 달리다보니 욕심이 생겼다. 꿈의 기록인 ‘서브스리(3시간 이내 완주)’가 욕심이 난 것이다. 하지만 바로 포기했다. 양 고문은 “솔직해 서브스리도 해보고 싶어 훈련을 했는데 ‘이러다 몸이 망가질 것 같다’는 느낌이 와 포기하고 울트라마라톤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마라톤 풀코스 서브스리를 하는 것보다 풀코스를 2배 이상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이 더 안전하다는 것인가?
양상규 고문은 30대 초반부터 달리기 시작해 매일 10~20km를 달린다. 주말엔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훈련삼아 달리고, 100km울트라마라톤대회가 열리면 출전한다. 양상규 고문 제공,
양 고문은 울트라마라톤 100km 첫 도전에서 9시간 53분 33초를 기록해 ‘서브 10(10시간 이내 완주)’으로 완주했다. 울트라마라톤 100km에서 ‘서브 10’은 마라톤 풀코스 ‘서브스리’와 똑같은 명예로운 기록이다. 100km를 10시간 이내로 완주하려면 매 10km를 1시간 안쪽에 달려야 하는 대단한 기록이다. 양 고문의 100km 최고기록은 2007년 11월 18일 열린 제8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기록한 9시간 38분 8초. 마라톤 풀코스 최고기록은 3시간30분이다.
“달리기만 했으면 이렇게 오래 달릴 수 없었을 것이다. 난 운동을 시작하면서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습관을 들였다. 스트레칭을 하고 남산 혹은 한강으로 나가 달렸다. 운동을 마치고 스트레칭을 했고 냉찜질도 했다. 그렇게 몸을 풀어주고 근육을 잡아주면서 달렸기 때문에 지금도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양 고문은 평생 즐겁게 달리려면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양 고문의 하루는 새벽 5시 스트레칭 체조와 함께 10~20km를 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피트니스센터 웰페리온에서 틈나는 데로 수영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그가 웰페리이온에서 고문으로 일하는 배경도 이렇게 평생 운동을 다치지 않고 열심히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 몸은 운동을 하면 좋긴 하지만 무작정하면 망가질 수 있다. 평생 즐기기 위해선 체계적인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상규 고문이 물사랑 낙동강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100km 100회를 완주한 뒤 축하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양상규 고문 제공.
최근엔 등산할 땐 맨발로 하고 있다. 그는 “발과 손에 오장육부가 들어 있다고 한다. 맨발로 산을 타고 나면 내 몸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했다. 맨발로 걷기 좋은 곳은 북한산 정릉 코스와 아차산, 용마산이라고.
양상규 고문이 100km 울트라마라톤을 100회 완주했다는 소식에 박원순 서울 시장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양상규 고문 제공.
양 고문은 요즘 100km를 13~16시간대로 천천히 달린다. 맘만 먹으면 10시간대로 달릴 수 있지만 ‘욕심’을 내다보면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빠져 산다. ‘내가 옛날엔 이랬는데’ 하며 늙지 않았다는 착각 속에서 산다.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기 마련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20대처럼 달릴 수 있겠는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운동을 며칠만 안 해도 몸은 달라진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고 운동해야 다치지 않는다. 며칠 쉬었으면 다시 초보자의 마음으로 운동을 해야 다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