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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의료 수입 양극화, 성형외과↑ 소아과↓

입력 | 2020-06-14 08:41:00

코로나19 사태에도 재택근무 증가해 안과, 성형외과 수입 늘어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 거리의 모습. [뉴스1]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불황의 얼굴은 업종마다 달랐다. 업종 대부분이 매출액 감소로 피해를 입었지만, 외려 ‘코로나 특수’로 매출액이 늘어난 업종도 있다. 대표적인 게 온라인 쇼핑과 식료품업계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외출을 꺼려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전혀 다른 이유로 매출액이 늘어난 업계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형외과와 수입차, 골프업계다.

안과, 성형외과 빛난다

하나은행 부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와 지난해 1분기 하나카드(개인 신용카드 기준) 매출 데이터를 분석해 5월 21일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반적으로 올해 업황은 지난해에 비해 좋지 않았다. 올해 1분기 카드 매출액과 매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4%, 6.6%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했던 3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1.5% 줄었고, 매출 건수는 17.1% 감소했다. 

하지만 성형외과, 안과는 외려 매출액이 증가했다. 성형외과는 3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9% 늘었고, 1분기 성장세도 전년 대비 4%가량 높아졌다. 안과는 특히 성장세가 컸다. 전년 동기 대비 3월 매출액은 6%, 1분기 매출액은 10%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 두 과를 제외한 다른 의료계는 전반적으로 사정이 나빠졌다. 소아과와 이비인후과는 3월 매출액 실적이 전년 대비 46%, 42%씩 줄었다. 한의원과 내과, 산부인과도 3월 매출액이 지난해 동월에 비해 각각 27%, 24%, 16% 감소했다. 

한 이비인후과 개업의는 “코로나19 전에는 증상이 생기면 바로 동네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사람이 많았는데, 코로나19 이후에는 확진자가 병원에 찾아올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인지 환자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재택근무에서 찾았다. 집 밖을 나설 일이 없으니 비교적 회복 기간이 걸리는 성형외과나 안과 수술, 시술이 크게 늘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성형외과업계에서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형외과 정보 모바일 서비스인 ‘강남언니’ 관계자는 “성형외과의 성수기는 겨울철”이라며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액이나 정보 검색량에 일부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큰 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고액 상품은 코로나19에도 흔들리지 않아

경기 인근의 중고차 매매 단지. 중고차시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줄었다. [동아DB]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계는 여행, 공연, 대중교통이었다. 일단 해외로 나가기가 어려워졌으니 면세점과 여행사의 타격이 컸다. 각각 전년 대비 3월 매출액이 88%, 85% 줄었다. 사람이 몰리는 영화관과 테마파크도 피해는 심각했다. 3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84%, 83% 감소했다. 이외에 고속버스, 철도 등 장거리 대중교통도 매출액 감소폭이 컸다. 고속버스와 철도는 같은 기간 72%, 68% 매출액이 줄었다. 

반면 비대면 쇼핑과 식재료업계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인터넷 쇼핑은 3월 매출액이 전년 대비 49% 늘었고, 홈쇼핑(23%)과 택배서비스(15%)도 마찬가지였다. 식재료 중에서는 정육점이 같은 기간 26% 매출액이 증가했고, 농산물과 청과물 매장도 10%가량 매출액이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보고서는 ‘식재료를 구매해 집에서 해 먹는 현상이 확산됐다’고 풀이했다. 

이례적으로 매출이 늘어난 업계는 수입자동차였다. 자동차업계는 수요 감소로 매출 상황이 좋지 못했지만 외제차만 수요가 늘어난 것. 국산 신차는 3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전년 동월 대비 9%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분기 실적에서는 전년 대비 23%나 매출이 줄었다. 중고차는 3월과 분기 모두 전년 대비 23%, 22%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수입 신차는 전년 대비 분기 실적은 11%, 3월 실적은 12% 성장했다. 

생활체육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전 분야의 매출이 감소세였으나 골프만 소폭 성장세를 보였다. 헬스클럽과 스포츠 용품 전문점은 전년 대비 1분기 매출이 각각 20%, 23% 감소한 반면, 골프장은 2% 증가했다. 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7% 수익 감소를 겪었으나 1월과 2월에는 전년 대비 각각 21%, 15% 성장했다. 

유현정 한국소비문화학회 회장은 “소득이 많은 사람일수록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며 “그 때문에 고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경우 코로나19 사태 후에도 매출액에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43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