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하다. 2020.6.9/뉴스1 © News1
#모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씨(38)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두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가 늦춰지면서 아내와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보느라 연차를 거의 소진했다. 자녀가 아프거나 급작스런 일에 대비해 남겨둔 연차 하루만을 남겨뒀다.
#사회 초년생 B씨(30)는 올 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연차를 하루도 사용하지 않은 B씨는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해외여행을 시도할 생각이지만,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높아 휴가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장인들의 연차 사용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자녀를 둔 성인들은 아이 돌봄·교육 등으로 연차를 많이 소진한 반면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직장인들은 하반기로 연차소진을 늦추는 경우가 많아 연차 사용모습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어 “재택근무 덕분에 연차 소진 없이 아이를 돌볼 수 있었다는 대기업 다니는 친구가 부러웠다”며 “명절이나 공휴일, 주말을 이용해 근교에 다녀오는 정도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을 듯 하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사무직 D씨(37)도 “하루 100명 넘게 확진자가 쏟아지던 올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불안해 3주간 연차를 내고 집에서 돌봤다”며 “코로나가 이렇게 장기화될 줄 알았으면 좀더 계획적으로 쉬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자녀가 없는 직장인들은 아직 연차 사용에 여유가 있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추세에 휴가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하늘길이 막히거나 해외여행 후 2주간의 자가격리가 부담돼 휴가 스케줄을 짜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혼 직장인 E씨(34)는 “올초 제주도로 짧게 휴가를 다녀왔는데 이럴줄 알았으면 코로나가 터지기 전 해외여행을 다녀왔을 것”이라며 “감염이 걱정돼 외부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10일 남은 연차는 연말에 몰아쓰거나 주말에 하루이틀씩 붙여쓰는 방법을 두고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한 전자 업체에 근무하는 G씨(37)는 “유럽 여행 티켓을 일찌감치 예매해뒀지만 다 환불받고 취소했다”며 “나가기도 어려운데다 귀국 후 자가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해외여행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가 좀 잠잠해지면 국내라도 돌아볼텐데 그 시점을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