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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메신저’ 김여정의 돌변…계속되는 南 향한 ‘험악한 경고’

입력 | 2020-06-14 11:32:00


한반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담당했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열흘 새 두번이나 남측을 향한 ‘험악한 경고’ 담화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이 주목된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를 통해 남측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돌연 제기된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와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단 철거,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이 담겼다.

남측을 향한 거친 표현도 등장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그것을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싫더라”라며 삐라 살포에 나선 탈북민에 대해서도 ‘쓰레기’ ‘바보들’ ‘들짐승’ 등 거칠게 비난했다.

김 제1부부장의 메시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이 내는 백두혈통의 메시지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남다르다.

특히 최근 들어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의 ‘공식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김여정의 담화는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삐라 살포에 대한 비난 담화로 남북관계 험로를 예고한 김 제1부부장은 9일 만인 13일 대남 군사행동까지 경고한 험난한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며 긴장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특히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나는 (김정은) 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적 사업 연관 부서들에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하였다”며 “다음 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어떤 군사적인 행동이 따를 지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이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서 폐기 뜻을 밝혀왔기 때문에, 이를 파기하는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 제1부부장이 김 위원장에게서 부여받은 ‘권한’으로 대적 행동을 지시함에 따라 군부가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됐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 ‘백두혈통’의 첫 방남이라는 이례적인 역사를 남긴 김 제1부부장이 대남 비방전면에 나선 것과 관련, 일각에선 그의 정치적 위상을 각인시키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김 제1부부장의 삐라 살포에 대한 분노가 상당히 높게 표출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탈북단체가 살포한 삐라에 유일한 백두혈통인 김 위원장에 대한 노골적 비난이 담기면서 직접적인 분노를 유발했다는 설명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유일한 로얄패밀리인 김 위원장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데 (더해) 이번 대북전단의 내용들이 김여정을 직접적으로 분노하게 했다”며 “그런 탈북단체들을 적시에 제어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 표출”이라고 전망했다.

양 교수는 “우리가 특사를 보내 입장을 설명할 수도 있지만, 김여정의 분노가 쉽게 풀릴 거 같지 않아 당분간 남북관계 냉각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