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대면 횟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원하는 상품만 찾아 구매하는 ‘목적형 쇼핑’으로 백화점 방문객의 소비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도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기간 한정 이벤트 대신 상시 이벤트를 늘리는 등 새로운 소비 패턴에 맞게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4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에 전국 백화점과 아웃렛을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방문객이 상품 대금을 결제한 매장 수는 하루 평균 5.2개로 지난해 동기(3.3개)보다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국 지점 방문객 수는 16.6% 줄어든 반면 객단가는 25.5%나 늘었다. 일단 한번 백화점으로 쇼핑을 나오면 이전보다 많은 매장에서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방문객의 백화점 체류 시간도 변화했다. 현대백화점이 최근 3개월간 고객들의 입·출차 시간을 분석한 결과, 고객들은 평균 1시간 30분가량 쇼핑시설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2시간 20분)보다 50분이 줄어든 셈이다. 각 층을 돌며 백화점 입점 식당가나 문화휴게시설 등을 비롯해 매장을 둘러보며 소비하던 ‘여가형 소비’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점원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혼쇼’(혼자 쇼핑) 서비스도 호응을 얻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홀로 쇼핑을 즐기고 싶은 고객을 위해 지난달부터 매장 곳곳에 비치 중인 ‘혼쇼 배지’나 ‘혼쇼 가방걸이’는 일평균 350개씩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백화점 측은 “점원은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부담을, 고객은 점원과 접촉해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소비자들이 바이러스 감염 확률을 줄이기 위해 매장 방문 전부터 상품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는 ‘스마트 컨슈머’로 변해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층별 입점 브랜드, 일별 행사 정보 등을 열람할 수 있는 현대백화점 모바일 앱 이용고객은 지난해 대비 34.1%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실제로 매장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상품 설명이나 재고 문의를 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백화점 업계에선 특정 기간 한 번에 많은 고객을 모으는 집객형 이벤트는 최소화하고, 고객군을 세분해 맞춤형 혜택을 상시 제공하는 등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고객들이 원하는 시점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모션 기간을 늘리는 회원제도 ‘클럽프렌즈’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공식 모바일 앱에 할인 및 특가 행사 등 쇼핑 관련 정보를 늘릴 방침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변화하는 쇼핑 환경에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