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2주년이 지났는데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놓고 미 언론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먼 나라의 오랜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미군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은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에 해외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막상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우리는 끝없는 전쟁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주둔 미군을 줄이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의 대남, 대미 위협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남북 갈등과 비핵화 문제에서 한 발 빼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그는 “만약 우리 국민이 위협당한다면 나는 결코 행동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의 적들에게 알려라”고 강조했다. 남북 간 분쟁에는 관여하지 않겠지만 북한이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경우 미국의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실패를 지적하면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올 가을에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 MSNBC방송은 이날 “북한과의 협상이 무너지면서 아름다운 편지가 어두운 악몽으로 변했다”며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대선) 캠페인 기간에 그를 벌하기 위해 가을쯤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방송은 한반도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이 미국 본토를 파괴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의 개발 완성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준비도 거의 없이 리더 간 외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위험 속에서 진행됐던 이 시도(북핵 협상)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연구해볼 사례”라고 덧붙였다. 미 공영라디오 NPR도 “북미 관계가 2년 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북한은 더 많은 도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