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말하는 ‘한국판 뉴딜’
3월 문재인 정부 3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에 위촉된 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사진)는 정부 정책에 대해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등으로 촉발된 경제 혁신 생태계의 위기 상황에서 방향성은 맞지만 너무 소소한 먹거리만 챙겨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2017년 12월부터 자문회의 부의장을 맡은 염한웅 교수는 1기, 2기 자문회의에 이어 3기 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재연임했다.
염 부의장은 “수년간 미세먼지가 사회문제가 됐을 때 막대한 정부 예산이 연구개발(R&D)에 투입됐지만 왜 국민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지를 봐야 한다”며 “정부 예산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출연연구기관 등이 1억 원 규모의 연구과제에는 책임감을 갖지만 100억 원 규모의 연구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출연연구기관은 지난 10여 년간 대형 연구과제보다는 소규모 연구를 효율적으로 하는 체계로 바뀌었다는 게 염 부의장의 진단이다. 대형 연구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와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염 부의장은 “예를 들어 감염병 관련 정부 연구개발을 한다고 치면 감염병이라는 키워드로 연구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한 뒤 논문과 특허를 내고 보고하면 감염병 연구가 이뤄졌다고 보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목표가 불분명하고 책임 소재가 없는 개별 연구과제들만 양산해 논문과 특허를 연구 성과로 내세우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정부 연구개발은 이뤄지기 어렵다고 했다.
염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 과학기술 정책의 중요 성과로 정부 연구개발 예산 확대와 기초연구 강화, 부처별로 제각각인 연구개발 규정 일원화 및 연구자 자율성을 제고하는 ‘국가 연구개발 혁신을 위한 특별법’ 통과를 꼽았다. 그러나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로 이분화된 연구 체계로는 미세먼지, 감염병 등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염 부의장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공공 연구개발 목표를 정해놓고 정부가 주도하면 새로운 과학기술과 산업을 만들 수 있다”며 “적어도 감염병과 미세먼지 문제만큼은 공공 연구개발 목표를 명확히 세워 일시적인 조직이 아닌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과 추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결국 지금과 같은 체계로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정부와 과학기술계가 함께 공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