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육과정서 프라이팬 사용” 구속영장 신청… 친모도 곧 조사 압수수색 통해 소녀 일기장도 확보
“정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선처를 바랍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의붓딸 A 양(9)을 학대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B 씨(35)는 경찰관 앞에서 고개를 떨궜다. 경남 창녕경찰서는 14일 오후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습학대) 위반,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양이 “부모가 쇠막대기와 쇠사슬, 프라이팬 등을 학대에 사용했다”고 진술한 데 따른 것이다. 아동복지법 제5와 17조는 보호자뿐 아니라 누구든 아동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학대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B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15일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B 씨는 13일 2차 경찰 조사에서 딸을 학대한 혐의를 일부 시인했다. 4일 1차 조사 당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딸의 손가락에 화상으로 생긴 물집은 최근 딸이 집을 나가려고 해 훈육하는 과정에서 달궈진 프라이팬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평소 말을 잘 듣지 않을 때는 효자손으로 딸을 때린 적은 있지만 쇠막대기나 몽둥이를 사용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의붓아버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친모도 곧 조사하기로 했다. 평소 정신질환이 있었던 친모는 3일간의 응급입원을 거쳐 행정입원으로 전환한 뒤 경남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다. 피해 아동 외의 딸 3명은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친모가 치료 기간이라도 의사, 변호인과 협의해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방문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친모는 10대 후반에 피해 아동을 낳아 미혼모가 됐고, 20대 초반 지금의 남편을 만나 올 2월까지 딸 셋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를 임신하며 약 복용을 중단한 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딸 넷을 종일 혼자 양육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A 양의 일기장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병원에서 2주간 상처 치료와 수혈을 받은 A 양은 11일 오후 퇴원해 아동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다.
창녕=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