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사태 40일, 正義는 없다, 야당·기업·검찰·탈북민엔 철권 대응 ‘일방’ ‘강행’ ‘독주’ 종착지는 獨裁… 北엔 비굴·눈치, 김여정 오만방자
박제균 논설주간
조국 사태는 67일을 갔다. 법무부 장관 지명부터 장관직 사퇴까지. 윤미향 사태도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달라지려나. 하기야 드러난 팩트도 뒤집어 버리고, 당연한 비판에도 친일이니 토착왜구니 프레임을 씌워 비판자를 도리어 공격하는 사람들이니, 또 뭘 들고 나올지 모르겠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수사결과가 나오면 ‘이러니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지 않을까.
문재인 대통령부터 윤미향 사태 한 달 동안 침묵하다 8일 처음 입을 열었지만, 윤미향 이름은 뺀 채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시민단체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조국 사태 때 “(조국) 가족 논란 차원을 넘어서 대학입시 제도 전반에 대해 재검토해 달라”고 한 것과 판박이다.
조국과 윤미향이야말로 문 대통령 취임사 ‘최고의 명구(名句)’를 단박에 조롱거리로 만든 사람들이다. 조국에서 보듯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윤미향에서 보듯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으니 결과가 정의로울 리 있겠는가. 그런 사람들에게 한없이 너그러운 대통령의 태도는 한 가지로밖에 설명되지 않는다. 내 편이냐, 아니냐.
반면 내 편이 아닌 사람들에게 얼마나 독해질 수 있는지 이 정권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당은 국회를 무려 53년 만에 일방 개원했다. 집권세력이 그토록 혐오하는 박정희 철권통치 시대나 자행했던 일이다. 청와대가 대북전단을 처벌한다며 박정희 시대의 ‘7·4 남북공동성명’까지 끌고 나온 걸 보고 실소(失笑)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박정희 시대가 연달아 소환되는 것이 어떤 전조(前兆)는 아닌가. 거여(巨與)는 야당 혹은 제2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 국회 불문율을 깨려는 독재적 발상을 기어코 관철시키려 한다. 이미 여권은 ‘4+1’이라는 변종 협의체까지 만들어 사상 처음 제1야당을 빼고 선거법을 일방처리한 바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까지 강행처리했으며 추미애 법무장관을 앞세워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잘라내는 검찰장악 인사까지 해치웠다. 총선에 압승한 뒤에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 법안들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언론자유를 옥죌 법안까지 다시 들고 나왔다. 이런 ‘일방’ ‘강행’ ‘독주’의 종착지가 어딘지는 누구나 안다. 독재다.
내 편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내 편이 아니면 한없이 독한 정책이 나라 안에 국한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외교안보 정책도 딱 그 모양이다. 일본에는 강퍅하기 이를 데 없으나 중국은 상전 모시듯 한다. 한 술 더 떠 북한에는 죄지은 사람처럼 갖은 수모를 참아가며 비굴한 태도로 눈치를 본다. 그럴수록 북한은 더 길길이 뛴다.
북한 정권은 미국을 짝사랑하고, 문재인 정권은 그런 북한을 짝사랑한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과의 연애가 안 풀리자 문(文) 정권에 화풀이하며 내부를 달래고 있다. 이 정권이 단 한 번이라도 일본을 대하듯 당당하게(?) 북한을 다뤘다면 이렇게까지 오만방자하게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 정권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사선(死線)을 넘어 자유와 인권을 찾아온 탈북민들에게는 어찌 그리 잔인한가.
내치(內治)든 외교든 지나친 ‘편 가르기’ 정책은 분열을 조장하고 국익을 해친다. 현 정권은 지금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권력을 장악한 상태다. 그쯤 됐으면 ‘보수는 악(惡), 진보는 선(善)’ ‘미일(美日)은 악, 북중(北中)은 선’이라는 운동권적 이분법에서 벗어나 더 넓게 보고, 더 크게 국정을 운영할 때도 됐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