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
―괴테 자서전 ‘시와 진실’ 중
괴테는 ‘종이 시대’의 가장 생산적 문인으로 불리지만 문인 괴테는 괴테의 한 면에 불과할 뿐 정치가, 과학자, 화가 등 손으로 꼽기도 벅차다. 그런 ‘유니버설 지니어스’ 괴테의 큰 모습이 이 ‘시와 진실’이라는 청년기 밑그림 덕분에 친근하게 다가오고, 자연스럽게 나의 삶도 돌아보며 그 곁에 놓아 보게 된다.
‘시와 진실’은 수많은 자서전의 전범이 되어왔다. 심지어 200년 후 먼 극동에 앉아 있는 필자마저 이 방대한 책을 번역하고 나서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글을 저절로 쓸 수 있었다. 내가 하는 공부도 서서히 괴테에게로 비중이 옮겨 갔고, 내가 지어서 지키는 ‘여백 서원’에서도 ‘한 명을 위한 괴테 도서실’ 등 작은 시설들이 차츰 생겨나더니 이제는 ‘괴테 마을’까지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괴테가 활동한 도시 바이마르의 인구는 60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인들이 찾는 독일의 ‘문화수도’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즉 한 사람이 얼마큼 클 수 있으며, 그런 사람은 자신을 어떻게 키웠는지 젊은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런 뜻으로 ‘괴테 마을’이라는 큰일을 벌이기 시작할 만큼 괴테가 그려낸, 자신의 생애의 기초를 놓아가는 젊은이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힘이 있다.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