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공세 쏟아내는 北, 왜 이러나
○ 대북전단 내용이 김정은 남매 정통성 훼손했다고 인식
김여정은 13일 담화에서 “조국의 상징이고 위대한 존엄의 대표자인 (김정은) 위원장 동지의 절대적 권위를 감히 건드린 쓰레기들과 그런 망동 짓을 묵인한 자들에게 대해서 끝장을 보자고 (인민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했다.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이번 비난 사태를 시작하며 문제를 삼은 대북전단엔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대한 비난과 함께 김 위원장 가계 문제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대북전단을 살포해 통일부로부터 최근 수사 의뢰를 당한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따르면 전단엔 2017년 2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개요 및 관련 사진과 ‘형님을 살해한 악마, 인간백정 김정은’이란 문구가 들어 있다. 또 같은 전단엔 ‘김정은을 낳은 고영희는 일본에서 출생한 재일동포’ ‘김정은은 어머니 고영희의 출신성분 때문에 ‘후지산 혈통’이라는 표현도 들어가 있다. 북한은 김정은을 ‘항일 혈통’이라고 강조해왔는데 전단은 ‘재일동포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 北 내부 ‘코로나 민심’ 불만, 외부로 돌려
김여정은 문제의 전단이 살포된 지 나흘 만인 4일 담화를 통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116번에 걸쳐 모두 1923만9000장의 전단이 살포됐다. 집계되지 않은 전단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수거 등 전단 대응 체계를 갖췄기에 북한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은 김여정의 담화 이후 청와대의 구체적인 대응이 나오기 전부터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 비난 궐기대회에 집중했다. 때문에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워진 대내 불만의 관심을 밖으로 돌리려 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은 올해 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끝나지만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인민들의 불만을 외부의 적에 대한 분노로 돌리기에 군사행동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 지도부는 주민들이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 이동 제한 등에 불만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美 대선 4개월여 앞두고 몸값 높이기, 한미동맹 이완 목적
이와 함께 북한이 미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한미동맹을 느슨하게 하면서 몸값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워싱턴은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에 관심이 덜한 상황에서 북한에서 지속적으로 파열음이 발생할수록 한미 공조의 틈을 벌릴 수 있다는 것.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는 데 있어 현 시점을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13일(현지 시간) 전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도발을 예고하고서 실제로 도발을 안 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한다면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북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다”며 “긴장감을 높이는 게 북한에 실보다는 득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