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치는 北… 김여정 “확실히 결별” 6·15 20주년 앞 도발 예고 무기력한 南… 靑, 휴일 심야에 NSC소집… 뾰족한 해법 안보여 거리두는 美… 트럼프 “먼나라 오랜 갈등 해결 미군임무 아니다”
2018.09.18 동아일보DB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적 사업 관련 부서들에 (대남 관련)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총참모부(우리의 합참 격)에 넘겨 주려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뒤 구체적인 군사행동을 예고한 것은 처음이다. 15일 6·15 남북 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비핵화 대화가 시작되기 전인 2017년 상태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김여정은 13일 낸 담화에서 “우리 군대 역시 그 무엇인가를 결심하고 단행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찌감치 ‘대남 총괄’로 명명된 김여정의 지시로 총참모부가 도발 수순에 들어가는 것을 공개 예고한 것. 김여정은 “죗값을 깨깨 받아내야 한다는 판단과 그에 따라 세운 보복 계획들은 (북한) 내부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다.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위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에서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 “전략 무력의 고도 격동(격발) 상태” 등이 강조된 만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격 공개나 접경 지역에서의 국지적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가 나온 지 약 3시간 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북한의 반응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14일 0시가 넘은 시각부터 한 시간 동안 진행된 화상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렸다. 청와대는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만큼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의미로, 독자적 남북 협력 강화에만 매달리다가 북한의 대남 강경 전환에 대한 ‘플랜B’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SC 참석 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별도로 군 긴급회의를 가졌다. 국방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