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캠퍼스(건국대 제공).© 뉴스1
대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며 등록금 반환을 지속해서 요구하는 가운데 건국대학교가 처음으로 ‘장학금 지급’ 대신 ‘등록금 감면’을 결정하면서 다른 대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5일 건국대학교에 따르면 대학본부와 학생 대표단이 참여하는 건국대학교 등록금심의소위원회는 지난 4월부터 19차례 만나 논의한 끝에 재학생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2학기 등록금을 일부 감면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원래 내야 할 등록금에서 양측이 합의한 비율에 따라 줄어든 금액을 등록금 고지서에 표시하는 ‘고지 감면’ 방식이다.
건국대학교 관계자는 “등록금 감면 비율을 두고 학교 측과 학생 측이 막바지 협상을 하고 있으며 이번 주 중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특수한 상황이니만큼 학교가 가용 재원 안에서 등록금을 일정 부분 감면해주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그간 인건비·시설유지비 등 고정 비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으며 Δ유학생 감소 Δ캠퍼스 방역 Δ원격수업 인프라 구축 Δ기숙사·식당 등 시설 미운영 등에 따른 대학의 재정 악화로 등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건국대학교가 등록금 감면을 결정하면서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서울 한 사립대학교 관계자 A씨는 “대면수업은 차질을 빚었어도 원격수업 형태로 계속 학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 입장에서 등록금을 돌려주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건국대학교에서 등록금 감면을 결정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여 관련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다른 대학교 관계자 B씨도 “건국대학교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등록금 감면을 결정했지만, 수업 전체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학생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대면수업을 진행하지 못한 실험·실습 과목에 대한 반환 정도는 논의해볼 수 있겠지만, 전체 학생에 대한 고지 감면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 운동을 펴고 있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건국대학교의 이번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앞으로 다른 대학을 상대로 등록금 반환·감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전다현 전대넷 공동의장(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대학들이 극히 일부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등록금 반환 요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대학에서 먼저 선도적으로 등록금을 감면하기로 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건국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전향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