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백인 경찰관의 강경 진압으로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플로이드 시위)’ 등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의 휴대전화 정보가 ‘타겟팅(대상을 특정한)’ 광고를 원하는 정치 단체와 기업들에 의해 수집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위 참가자의 휴대전화 정보는 지오펜싱(Geographicing)이라는 위치정보 기반 기술을 통해 수집된다. 지오펜싱은 휴대전화 앱에 수집된 위치 정보를 토대로 특정 지역에 머문 사람들을 추적, 식별하는 기술로 실시간으로 해당 휴대전화에 타겟팅 광고나 문자를 발송할 수 있다.
정치 단체들은 플로이드 시위와 앞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반대 시위 등이 과거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았거나 정치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WSJ에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지난 몇달간 미국인들이 자택에 머물면서 정치 단체들이 최신 유권자 동향 관련 정보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시위 장소에서 이뤄지는 휴대전화 정보 수집은 더욱 중요하다고 이들 단체들은 전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흑인) 유권자 단체인 콜렉티브 설립자인 쿠엔틴 제임스는 “시위 장소에 모여있던 사람들에게 유권자 등록 권유 문자를 보내기 위해 수집한 정보를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는 목표한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위대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일종의 감시와 유사한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고 WSJ는 전했다.
대략 300개의 앱에서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지오펜싱 업체 ‘엑스 모드 소셜(X-Mode Social Inc.)’ 대표인 조슈아 안톤은 이와 같은 이유로 시위장소에서 휴대전화 정보 수집 요청을 거절했다. 그는 업계에 “인종적 불평등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정보를 보호해달라”고도 호소했다.
휴대전화 정보를 연구해온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행동경제학 교수인 키스 첸은 “위치정보 수집이 매우 광범위하게 이뤄진다면 평화적인 시위에 참가하려는 이들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위치정보 수집 관련 사전 동의 규정이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정치 단체 등 다른 이들이 시위대 식별을 위해 위치정보를 사용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WSJ는 개인정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추적을 원하지 않는다면 휴대전화 위치정보 서비스를 끄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WSJ는 이와 같은 우려에도 진보와 보수 성향 정치단체 모두 지오펜싱 기술에 입각해 시위대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정치 광고업체 IQM 공동 창업자 겸 최고 운영책임자(COO)인 크리스 추는 WSJ에 진보와 보수 정치단체 모두 관련 요청을 해왔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前) 부통령 캠프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캠프 모두 관련 논평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