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동남권물류센터 모습. C동 4층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해당 층이 폐쇄되자 맞은 편 D동 1층으로 옮겨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뉴스1
“코로나 확진자 발생, 방역 실시 중, 출입 금지.”
15일 낮 12시쯤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남권물류단지(서울복합물류) C동 4층 문 앞에 직원 2명이 안내문을 붙이고 있었다. ‘안전제일 접근금지’라고 적힌 테이프로도 문을 두 번 감쌌다.
이곳에서 이틀간 일한 롯데택배 협력업체 상하차 작업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C동 4층 전체가 전날인 14일 오후 7시부터 폐쇄됐고 방역 후 이날 오후 9시 문을 열 예정이다. 엘리베이터는 4층 버튼만 눌러지지 않았다.
이번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159명은 전원 자가격리됐다. 타 업제 소속 작업자 A씨는 “상하차 작업 자체는 밀접 접촉하지 않는 데 문제는 일용직들을 태우는 통근 버스”라고 했다. 일용직 작업자들은 보통 45인승 버스를 타고 물류센터로 출근한다.
물류단지에서 만난 근로자들은 대부분 확진자 발생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기자의 취재에 그제야 롯데택배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된 B씨는 “어우, 깜짝 놀랐네”라며 “마켓컬리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또 나왔나”하고 되물었다.
주로 밤부터 새벽에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낮 시간대 물류센터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하지만 C동 맞은편 D동 1층에서는 유독 택배기사들이 바삐 일하는 모습들이 포착됐다. 평상시에는 C동 4층에서 일하는 이들은 오늘만 자리를 옮겨 작업한다고 했다.
현장 택배기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택배 물류센터 작업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Δ발열 체크 Δ방문명부 작성 Δ마스크 착용 확인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작업환경은 작업자 간 1~2m씩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는 모습이었다.
그는 “(확진자가 나왔다고 해서) 오늘 오기 싫었는데 ‘저것들’ 어쩔 거야. 상하면 손해배상하라고 할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C씨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은 냉동식품이 담긴 스티로폼 상자들이었다.
택배기사 D씨는 “어젯밤 회사에서 문자를 받고 조금 놀라긴 했지만 요새는 코로나19가 그렇게 걱정되진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지만 D씨는 평소와 똑같이 묵묵하게 일했다.
택배기사들은 평소였으면 배송 도중에 점심을 해결했겠지만 이날은 물류센터에서 점심시간을 맞았다. 보통 오전 6시30분에 나와 일하는 이들은 D동 1층 작업장이 비길 기다렸다가 오전 10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택배기사들은 서로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C씨는 “없는 사람들이 더 착해”라고 너스레를 떨며 기자의 호주머니 안에 초콜릿 5알을 흘려 넣었다. 더운 날씨 탓에 초콜릿이 물렁하게 녹아있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