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 A 씨는 한때 사랑했던 여성 B 씨와 철천지원수가 됐다.
A 씨는 B 씨와 교제하던 당시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했는데, 나중에 이를 알게 된 B 씨가 그를 고소한 것이다. 결국 지난해 9월 불구속기소 돼 같은 해 11월부터 인천지법 부천지원에서 재판을 받아온 A 씨는 B 씨에게 복수를 결심했다.
한 달 후, A 씨는 흉기를 준비해 서울에 사는 B 씨의 집 앞을 찾았다.
그는 B 씨 출근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B 씨가 집 밖으로 나오자 그는 흉기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손가락과 팔 등을 다친 B 씨는 갑작스러운 습격에 놀라 비명을 질렀고, 집 안에 있던 아들이 뛰쳐나왔다. B 씨의 아들이 A 씨를 말리려고 했지만 가슴 부분 등을 찔리고 말았다. B 씨의 아들은 고군분투 끝에 A 씨에게서 흉기를 빼앗았다.
다행히 B 씨와 B 씨 아들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당시 현장에 흉기뿐 아니라 시너와 라이터까지 가져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 “보복 목적으로 범행, 결코 안 돼…징역 8년”
사진=게티이미지
결국 A 씨는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예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는 법정에서 “흉기를 휘둘렀지만, 살인 고의는 없었다”며 “문을 열고 나온 B 씨가 우산을 휘두르자 당황해 칼을 휘두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 오상용 부장판사는 “살인 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자기의 폭행 등 행위로 인해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마치 B 씨 때문인 것처럼 주장해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데, 이 태도는 법정에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설령 B 씨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죽임을 당해 마땅한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오랜 기간 교제하던 피해자와 헤어지게 된 후 피해자를 비난하며 살해 범행을 계획했다”며 “피고인은 B 씨가 자신을 고소해 재판을 받게 됐다며 보복하려는 목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 정당한 수사 및 사법절차를 무시하는 행위는 결코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A 씨가 범행 당시 시너와 라이터를 준비해 간 것과 관련해서는 “범행 전후 가방에서 꺼내지 않았고, 방화를 범할 목적이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