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후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또 다른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27)가 경찰의 총격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 흑인 남성은 경찰이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뒤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을 빼앗아 도주하다 실탄을 맞고 사망했다.
현장 영상이 공개된 후 “경찰이 불필요한 총격을 가했다”는 비난과 “이번 사건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는 다르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사건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2일 밤 일어났다. 경찰은 애틀랜타의 웬디스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드라이브스루 차로를 한 자동차가 막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브룩스는 경찰이 묻는 말에 차분히 답했다. “딸의 생일을 축하하느라 한잔했다”고 말했다. 무기는 없었고, 공격적 태세도 아니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경찰이 “당신은 운전해선 안 된다”며 수갑을 채우려는 순간, 브룩스가 돌연 저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은 곧바로 브룩스에게 테이저건을 뺏기고 말았다. 브룩스는 테이저건을 잡아챈 뒤 몸을 일으켜 달아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망할, 내 테이저건을 가져갔어”라고 외치며 뒤쫓았다.
얼마 뒤 ‘탕 탕 탕’하고 총성 세 발이 울렸다. 브룩스는 등에 총 두 발을 맞고 장기 손상과 과다 출혈로 사망했다.
유족 측 변호사인 크리스 스튜어트는 “테이저건은 치명적인 무기가 아니다. 경찰은 총을 쏠 필요가 없었다”며 “경찰이 좀 더 연민을 갖고 겁을 덜 먹었다면 그는 아마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애틀랜타 풀턴카운티 지방검사인 폴 하워드는 14일 CNN에 “경찰이 당시 생명에 위험을 느꼈는지,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느꼈는지가 관건”이라며 “만약 총격이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의 부상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경찰관의 몸에 부착된 바디캠과 경찰차의 블랙박스 영상 등이 공개된 후 “플로이드 사건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공화당 내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인 팀 스캇은 CBS 방송에서 “용의자가 돌아서 테이저건을 쐈을 때, 경관은 뭘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브룩스의 죽음은 우리가 조지 플로이드 사건 또는 다른 사건들에서 봤던 것들보다 확실히 덜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