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K리그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8013명(K리그1 2019년 기준)으로 다른 스포츠에 비교하면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K리그 팬에게는 특별한 것이 있다. ‘서포터스’라고 불리는 K리그 축구클럽 지지자들은 유독 팀에 대한 애정이 깊고 충성심이 높다.
전례 없이 방문팀 관중이 딱 1명인 경기가 있었다. 바로 2015년 5월 18일에 있었던 강원FC와 경남FC의 경기다. 당시 경남FC는 2부 리그로 강등된 후 연패를 하고 있었는데, 이에 팬들은 응원 보이콧을 했다. 그러나 홍광욱 씨(경남FC 서포터스 연합회 전 회장)는 다섯 시간을 운전해서 속초 운동장에 갔고, ‘너와 나의 뜨거운 역사를 위하여’라는 빨간 걸개 뒤에서 홀로 응원했다. 단 한 명의 응원은 선수단에 큰 울림을 줬고, 경남FC는 연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나 영화 ‘피버 피치’(1997년)는 축구클럽 지지자를 주제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을 보면 축구클럽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은 비단 국내 지지자들만의 특징은 아닌 듯하다. 다만 왜 유독 축구클럽 지지자들만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찬가지로 누가 나에게 지지하는 축구클럽을 왜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마땅하게 할 대답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축구클럽을 사랑하는 건 꽤 근사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축구클럽은 나에게 평생 만날 인연이 없었던 형제자매들을 만들어 주었고, 사랑하는 기쁨을 알게 해줬으며, 삶을 다채롭게 해줬기 때문이다. 비단 축구클럽이 아니어도 좋으니, 이 글을 읽은 모든 이가 맹목적인 사랑에서 우러나오는 행복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파편화되고 경쟁이 익숙해진 요즘 시대에 마음 둘 곳 하나쯤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그 ‘마음자리’는 삶의 일부가 되고, 더 나아가 뜨거운 역사가 될 것이다.
도진수 청백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