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다수결 믿고 협치 깬 슈퍼여당… 주호영 “상임위장 다 가져가라”

입력 | 2020-06-16 03:00:00

巨與, 6개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
법사위장 이견 못좁히고 표결 강행… 6개 상임위 통합당 몫 강제배정도
與 “추경 처리하려면 더는 못늦춰” 19일 나머지 상임위장 선출 예고
혼자 입장 주호영 “일당독재” 발끈… 통합당, 의사일정 전체 보이콧 검토




통합당, 본회의장 앞서 “법사위 강탈” 항의 시위 검은 마스크를 쓴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입구에서 ‘무슨 죄를 지었길래 법사위를 강탈하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입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본회의장에 홀로 입장한 주호영 원내대표는 “제헌국회 이래 개원국회에서 상대당 상임위원들을 동의 없이 일방·강제 배정한 적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비판한 뒤 퇴장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단독 선출을 강행하면서 21대 국회는 ‘반쪽 개원’에 이은 반쪽짜리 원 구성으로 출발하게 됐다. 민주당은 이달 초 53년 만에 본회의를 단독 개원한 데 이어 또 한 번 176석 의석수를 앞세워 제1야당을 배제한 채 거여의 독주를 이어갔다.

여야 원내대표는 14일 밤에 이어 본회의 당일인 15일 오전까지도 막판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협상이 결렬된 직후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18개) 상임위원장을 다 선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그 범위는 의장이 판단할 것”이라고 원 구성 강행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거듭 강조하며 윤호중 법사위원장 외에 코로나19 사태 극복에 방점이 찍힌 윤후덕 기획재정위원장, 이학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한정애 보건복지위원장과 외교안보 이슈를 다루는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 민홍철 국방위원장을 선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개혁 과제를 밀어붙이기 위한 독주가 아니란 점을 내세운 것. 윤후덕 위원장은 당선 인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대량실업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선제적이고 과감한 경제정책이 조기에 집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정애 위원장은 미래통합당을 향해 “마음에 차지 않겠지만 국회로 돌아와 국민에게 국회가 일을 하고 있다는 편안함을 갖게 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6개 상임위원장 표결을 강행했지만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시급한 민주당은 통합당과의 추가 협상 여지를 열어두기 위해 통합당 몫으로 제안했던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국토교통위원장 정무위원장 등은 이날 선출하지 않았다. 통합당이 내세운 ‘독재’라는 프레임을 피하기 위한 명분 차원이기도 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장 16일부터 전 상임위를 본격 가동할 것”이라며 “다음 달 5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하려면 늦어도 이번 주 안에는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다. 추경안 심사에 3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남은 12개 상임위원장 선출까지 통합당의 보이콧을 한없이 기다려줄 수 없다는 경고다. 박 의장은 19일 다시 본회의를 열고 남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나흘간 통합당 몫 상임위에 대해서는 민주당 간사를 통해 관련 부처로부터 간담회 형식의 보고를 받기로 했다. 여권 관계자는 “원 구성을 밀어붙인 것은 ‘일하는 국회’에 대한 지지층의 요구가 크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일부 민주당원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박 의장 휴대전화번호를 공유하며 ‘문자 압박’에 나서기도 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에 “대한민국 헌정사에 오명을 남길 폭거”라고 반발했다. 통합당은 핵심 쟁점이었던 법사위원장 자리가 민주당으로 넘어간 이상 향후 원 구성 협상은 물론 3차 추경과 공수처장 추천 등 주요 현안 논의를 일체 보이콧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통합당 몫으로 논의됐던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포기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오후 의사진행 발언에서도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다 내놓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쪼개 선출하며 압박하는 ‘살라미 전술’에 ‘민주당의 의회 독재’ 프레임으로 맞서겠다는 것.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민주당은 다수결이라는 민주주의 수단을 민주주의의 가치와 혼돈해 그토록 강조했던 협치를 스스로 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조동주·강성휘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