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0년전 ‘DJ 넥타이’ 매고 대화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영상을 통해 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도 대화의 창을 닫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당시 김대중 대통령(위 사진 왼쪽)이 착용한 넥타이를 매고 4·27 남북 정상회담 공동 언론발표에 쓰인 연대 위에서 축사를 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축사를 녹화하는 과정에 북한이 연일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는 통에, 청와대가 녹화를 다시 하느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두 번 빌린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6분 40초 분량의 기념 축사 영상을 냈다. 이 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푸른빛이 도는 김 전 대통령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나왔다.
이 넥타이는 2000년 6월 14일 김 전 대통령이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를 때 착용했던 넥타이다.
문 대통령이 이 넥타이를 착용하게 된 사연에 대해, 김 전 대통령의 삼남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청와대 측하고 6·15에 의미 있는 것을 좀 하자고 협의하다가 나온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저희도 그 넥타이가 지금까지 있을까 걱정을 했는데, 2000년도에 쓰셨던 넥타이들이 따로 옷장에 잘 보관돼 돼 있더라”며 “그때는 반짝반짝 광택이 나는 넥타이였는데 지금은 좀 색깔이 바래기는 했더라”고 말했다.
이어 “(원래) 지난주에 (문 대통령에게) 드려서 녹화했는데 또 북쪽에서 계속 말 폭탄을 던지는 바람에 메시지 일부를 조금 변경할 필요가 생겨서 돌려받았다가 또다시또 다시 드려서 재촬영을 한 거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메시지가 한 번 수정 된 거냐?’는 사회자의 확인 질문에 “그렇다. 일요일(수정됐다)”고 답했다.
이런 강경 메시지가 나오자 청와대가 6·15 선언 20주년 축사를 수정하면서 소품으로 동원한 김 전 대통령의 넥타이도 두 번 맸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이런 북한의 태도에 대해 “6·15 20주년에 꼭 그렇게 험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나 하는 야속한 생각도 든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김일성, 김정일 정권 때는 그래도 조금 ‘민족’이니 ‘의리’니 이런 감상적-낭만적인 개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냉정하다”면서 “당장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뭉쳐 있기 때문에 뭐 그런 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