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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기본소득 언급할 정도 아냐…효과적인 측면 따져야”

입력 | 2020-06-16 17:32:00

동아일보 DB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정치권의 기본소득 논의와 관련해 “취약계층 지원을 다 없애고 전 국민 빵값을 주는 것이 더 맞는가”라며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래경제문화포럼 주최 조찬모임에서 “지구상에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나라가 없고, (한국이 도입을) 언급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여야 정치권이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주장을 제기한데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전 국민에 (한 달에) 30만 원씩만 줘도 (연간) 200조 원이나 된다. 200조 원 더 걷어서 우리 아이들이 부담하는 게 맞나”라며 미래세대에 재정부담을 떠넘기는 것을 우려했다.

홍 부총리는 “같은 돈을 쓸 때 어떤 게 더 효과적인지 봐야 한다. 1등부터 5000만 등까지 나눠 1등에게도 빵값을 줘야 하겠느나”며 소득 없는 사람에 대한 보장, 즉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로 ‘빵 먹을 자유’를 내세웠던 것에 빗댄 것이다.

홍 부총리는 기본소득을 언젠가 논의해야 하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며 기존 복지체계와 연계하지 않고 추가로 더 주는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국민에 소득이나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주는 것을 뜻한다.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실업급여 등 기존 복지체계와 중첩되는 개념이다. 복지체계의 사각지대와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기존 복지제도를 모두 없애는 대신 기본소득으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따라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기존 복지체계도 같이 개편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기존 복지는 그대로 두고 전 국민에 추가로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안(이재명 경기도지사) △일부 복지제도를 폐지하고 저소득층에만 일정액 지급하는 안(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여러 가지 형태가 혼합된 채 논의되고 있다.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현재 정부의 복지지출만 연간 180조 원인데 여기에 기본소득 명목으로 추가 지출할 여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6년 스위스에서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이유도 기존 복지체계를 바꾸는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때문이다.

한편 홍 부총리는 이날 포용 성장에 대해 “많은 사람이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고 주52시간 고용 조건을 변화하는 거라고 인식하지만 저는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증대, 핵심생계비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 4가지로 본다”고 했다. 이어 “지나치게 저임금에 시달리는 계층에 우리 사회가 같이 보듬어 가는 입장에서 최저임금도 올려주고 고용도 개선하자는 게 포인트인데 최저임금이 최근 2, 3년 급격하게 오르면서 역풍을 맞았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