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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폭력 빼고 다 해보자”… 상임위 강제배정 전원 사임계

입력 | 2020-06-17 03:00:00

슈퍼여당 독주에 대응 고심




16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가 신임 윤호중 법사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임의 배정한 미래통합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불참했다. 이날 법사위는 여당 간사 선임 절차를 끝낸 뒤 산회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제1야당을 따돌린 더불어민주당의 독주가 이어지자 미래통합당은 16일 전체 당 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비상대책위원회회의, 중진회의 등을 잇달아 열어 대응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 당내에서 “장외투쟁과 국회 내 폭력 외엔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고 상임위 전면 보이콧, 무더기 사임계 제출 등이 이어졌다. 동시에 “4년 내내 상임위를 보이콧할 게 아니라면 일단 상임위에서 싸워야 한다”는 현실론도 고개를 서서히 들고 있다.



○ 강제 상임위 배정 45명 전원 사임계

전날 6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한 민주당이 이날 아침부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한 5개 상임위 단독 개최를 예고하자 통합당은 참석 거부를 선언했다. 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의사일정은 야당과 일체의 협의 없이 작성된 일정으로 참여할 수 없으니 의원님들은 참고해 달라”라는 긴급 공지를 돌려 상임위 참석을 막았다.

이어 전날 6개 상임위에 강제 배정된 의원들을 소집해 박병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김 수석은 “식물국회로 만든 의장과 민주당에 상임위원 강제 배정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취소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박 의장실에서 나온 통합당 의원들은 곧바로 국회 의사과로 향했고 강제 배정된 통합당 의원 45명 모두의 사임계를 제출했다.

박 의장은 통합당 의원들에게 “의석 배분에 따라 여야가 11 대 7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누고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자리는 (여야로) 분리해야 한다”며 달랬다. 하지만 통합당에선 “18개 상임위원장 모두 민주당이 가져가고 책임을 온전히 져야 한다”는 강경론이 쏟아졌다.

비슷한 시각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 비대위 회의를 소집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힘을 갖게 된 정부 여당의 불안한 마음의 발로”라면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절제를 보여주지 않으면 협치는 불가능하고 모든 책임은 다수 여당이 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비대위는 전날 사퇴 의사를 밝힌 주호영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고 업무 복귀를 설득하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한 사찰에서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회동에서 주 원내대표에게 협치와 상생을 하자고 해놓고 원 구성부터 야당을 배려하지 않는 게 협치냐”라고 날을 세웠다.


○ “상임위 참여 투쟁” 현실론도 동시 부상
통합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자체적으로 대북 문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경제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국회가 열렸을 때 거대 여당의 법안 독주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축조 심사 강화, 법안 숙려 기간 준수 촉구를 비롯해 20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국면에서 시도했던 전원위원회 소집,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카드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법안 조문을 한 줄, 한 줄 세심하게 검토하는 과정인 축조 심사는 소위원회에선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만 전체회의에서는 생략이 가능하다. 또 통합당은 국민의당, 무소속 의원들과 범야권 연대체를 꾸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편 당 일각에선 ‘소수 야당의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103석 의석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상임위 내부 투쟁을 해야 한다”면서 “상임위 투쟁을 위해선 위원장 자리를 포기하는 것보단 가져가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1차 저지선’인 법사위원장 사수가 물 건너간 마당에 7개 야당 몫 상임위 전체를 포기하는 건 효율적인 원내투쟁을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주 원내대표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민주당에 ‘스탠드스틸(현상동결)과 현 상태에서의 재협상’을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우열 dnsp@donga.com·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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