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뒤늦게 ‘강경 대응’으로 전환
민주당 외통위 의원 긴급회의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16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운데),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민주당 외교통일위 소속 의원 긴급회의에 참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스1
폭파를 확인한 청와대는 이날 오후 5시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다. 그리고 북한 강경 대응의 발단이었던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12일 만에 “엄중 경고”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하지만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가 무력 도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는 “강력 대응”이라는 원론적 입장 외에 뚜렷한 대응 카드를 내놓지 못했다.
○ 文 ‘대화 협력’ 제안 하루 만에 폭발로 응수한 北
그간 열흘 넘게 지속된 북한의 거친 ‘말폭탄’에도 청와대는 침묵을 지켰다. 그 대신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끊임없는 대화로 남북 간의 신뢰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제안을 이미 한 상태다. 당연히 유효하다”고 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부터 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사전 준비에 나섰지만 청와대는 그런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계속해서 유화 모드를 이어간 셈이다.오후 2시 50분 북한이 실제로 폭파를 감행하자 청와대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참모는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나설 줄은 몰랐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부랴부랴 정 실장 주재로 긴급 NSC를 개최했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정부는 오늘 북측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북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파괴는 남북 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기대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북한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것은 3월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 지 3개월여 만이다.
○ 여당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 낸 지 하루 만에 “강한 유감”
청와대가 강한 유감과 경고를 표명하고 나선 것은 북한이 비무장지대 내 국지적 충돌이나 접경지 무력 도발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적으로 북한에 책임이 있다고 했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우리 영토를 겨냥한다면 곧바로 무력 맞대응에 나서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청와대는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이 개성공단 부지에 군부대를 배치시킬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연락사무소 폭파가 북한 도발의 마지노선이라고 봤지만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행동으로 옮겨 향후 상황 전개를 계속 주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박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대북 유화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통합당 최형두 대변인은 “여야가 함께 ‘북한 도발 중지 촉구 결의안’으로 일치된 목소리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