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시의 항공기 부품 제작업체 에스앤케이항공 창고에 쌓여 있는 날개 구조물. 사천=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변종국 산업1부 기자
미래 산업이라며 박수를 받던 이곳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보잉과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들이 물량 조달 중단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요 몇 달간 그나마 일감을 줬던 한국 군수업체들의 물량마저 지난달부터 사라졌다. 공장 가동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직원들은 휴업에 들어갔다. 인재들은 떠나고 있고 유동성 위기로 존폐 위기에 놓인 기업들도 많다. 코로나19 여파가 산업계 구석구석으로 전이되는 와중에 한국의 미래를 이끌 신성장 동력으로 인정받던 업종들이 붕괴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충남 서산시의 한 자동차 부품사는 테슬라로부터 2000억 원 규모의 납품 계약을 따내고도 은행 대출이 막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300억 원을 대출해 추가로 시설을 지어야 납품을 할 수 있는데, 더 위급한 업체들이 많다는 이유로 은행권 대출 승인이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촉망받던 중소·중견기업들은 이제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이들 업체 중에는 탄탄한 기술력과 해외 공급망을 갖춘 기업들도 많다. 기초체력이 튼튼한데도 갑작스레 닥친 위기에 휘청대는 이런 기업들이 이번 위기만 넘도록 잘 지원하면 앞으로 더 큰 기업이 돼 우리 사회를 떠받칠 수 있다.
정부로선 모두 다 어렵다 하니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력을 갖추고도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들을 지금보다 우선순위에 놓는 게 맞다. 착실한 투자로 기술력을 키우고 글로벌 수주망까지 갖춘 기업들을 키워내는 건 오랜 시간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의 폭이 좀 더 유연해야 하는 이유다.
변종국 산업1부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