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전세가격
이새샘 산업2부 기자
○ 50주 연속 상승세 기록한 서울 전세
서울 외 지역도 마찬가지다. 인천은 전주(0.11%) 대비 0.16% 상승하며 상승 폭이 커졌다. 경기는 0.15% 오르며 전주(0.16%)보다 상승 폭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강한 상승세다. 12·16대책 이후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 상위 지역을 살펴보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 등 경기지역이 10위 안에 3곳이나 포함돼 있다. 그 외 세종, 울산, 대전 등 전국에서 골고루 올랐다. 어떤 이들은 최근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전셋값이 오르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2017년 말∼2018년 초 전국과 서울의 전셋값은 1년 이상 하락세였다. 서울 집값이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탄 이후에도 전세가격 하락세는 한동안 계속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가격 흐름이 이전과 다를 거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상승세는 시작일 뿐 자칫하다간 2010년대 초반의 ‘전세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최근 2년 동안 입주물량이 많았지만 앞으로 입주물량이 감소하는 데다 정부의 거래 규제로 전세에서 자가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더뎌졌다”며 “한동안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입주물량 절반으로…“오를 일만 남았다”
여기에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서울 지역의 재건축을 억제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해 재건축 단지의 분양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1년 이후에도 서울 내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물론 3기 신도시가 어느 정도 전세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3기 신도시가 본격적으로 분양을 시작하는 2021년 하반기(7∼12월) 전까지 한동안 서울은 ‘공급 절벽’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3기 신도시는 전세가격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정부가 고분양가를 억제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는 대부분 인근 시세의 절반 수준인 ‘로또 아파트’가 됐다. 청약 가점이 충분한 세입자라면 기존 아파트를 매매하기보다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리며 기존 전세 계약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3기 신도시 분양을 기다리는 대기수요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하남 교산지구가 들어서는 경기 하남시는 6월 첫째 주 0.55%, 둘째 주 0.68% 등 높은 전세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청약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주하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약 1순위 요건을 갖추려면 최소 2년간 해당 지역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동산 시장의 예측이 어려워진 점도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여기에 초저금리와 이로 인한 유동성 확대는 전세가격 상승세를 뒷받침해주는 근본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지금처럼 금리가 낮으면 집주인은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 세입자들도 저렴한 전세대출 금리에 힘입어 전세 보증금을 올려주는 데 거부감이 덜하다. 정부가 올해부터 2000만 원 이하 임대수익에 대해 과세하면서 3주택 이상이며 보증금 합계가 3억 원을 초과하면 전세 보증금에 정기예금금리를 적용해 월세 수익으로 간주하고 이를 과세하기로 해 다주택자들이 전세임대를 유지할 요인도 적어졌다.
○ 전셋값 상승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
더 큰 문제는 이런 전세가격 상승세가 향후 매매시장 급등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10년 40% 수준이었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2016년 초 70%에 육박했다. 서울 아파트는 70%를 훌쩍 넘어 80%에 육박했다. 결국 전세금에 조금만 더 대출을 내거나 기존 자산을 보태면 집을 살 수 있게 되면서 전세에 머무르던 대기수요가 일시에 매매시장으로 나왔고, 2017년 이후 급등세를 촉진했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이후 집값은 급등하고, 전셋값은 하락하거나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면서 전세가율은 현재 6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최근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이 같은 분위기도 반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 5월 KB부동산 리브온이 집계한 월간 동향에서 서울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4.8%로 전월(54.7%) 대비 소폭 상승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시장이 안정적인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전세시장은 급등이나 급락 등 매매시장의 불안정성을 흡수하는 안전장치로 사용되고 있다”며 “전세시장이 상승하면 매매시장 상승세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전세시장의 상승세로 이어지는 일종의 사이클이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 불확실성 더하는 정부 규제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전월세 3법’은 향후 전세시장 전망을 안갯속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월세 신고제는 현재 여당이 발의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통한 임대차 기간 연장, 전월세 임대료 증액 상한제를 위한 전 단계로 볼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 등 전월세 규제가 본격화되면 전세 매물이 급감해 전세대란을 촉발할 수 있다”며 “세입자 보호를 위해 상한제를 실시하더라도 일괄적으로 ‘5% 룰’을 적용하는 대신 금리와 연동되도록 하는 등 시장 상황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산업2부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