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서울 마천루 타령
왼쪽은 삼성역 GBC 타워, 오른쪽은 잠실 롯데타워. 전자는 마천루가 사각형 모양으로 상부에서 끝나 지상에서 보면 평평하고(모더니즘), 후자는 붓 모양이라 뾰족하다(포스트모더니즘). 그림 이중원 교수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첫째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의 620m 높이의 중심 마천루, 둘째 미국 건축가 에이드리언 스미스의 ‘댄싱 드래건’(용산 지명에서 따옴) 마천루, 셋째 네덜란드 건축설계사무소 MVDRV의 ‘구름’ 마천루였다. 마천루의 혁신적 형태도 멋졌지만, 리버스킨드의 한강변 마리나 파크와 야외 보행 쇼핑몰이 있어 세 마천루가 더욱 빛났다. 2008년 금융위기로 세 마천루와 한강 수변 파크가 무산된 것은 못내 아쉽다.
강 건너 여의도에는 다음 달 영국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의 파크원(333m·국내 3위)이 준공된다. 하이테크 건축가로 1990년대부터 부상하기 시작한 로저스는 엘리베이터를 투명하게 외부로 빼고, 마천루 기둥을 유리 밖에 두는 마천루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파크원도 그럴 예정이다. 로저스가 공공을 위해 신경을 쓴 점은 여의도 공원과 IFC(2012년 준공·285m·국내 8위) 마천루 군을 단절 없이 이어주는 것이다. 내부에서 반원을 그리는 쇼핑몰 동선 체계가 바로 그 해결책이다. 로저스는 이곳에서 가벼운 케이블 천장 구조를 선보인다. 천창에 스미는 자연광이 경쾌한 철의 조형미를 밝힐 참이다.
삼성역 한전 부지에 세워지는 GBC 타워도 이제 착공에 들어간다. KPF의 경쟁사인 SOM 디자인이다. GBC 관전 포인트는 롯데타워와 사뭇 다르다. GBC의 묘미는 5454m² 정도의 정사각형 평면이 위로 갈수록 크기의 감소 없이 569m까지 똑바로 올라가는 점이다. 이 타워의 구조적 도전은 궁금하다 못해 아찔하다. GBC는 마천루의 끝이 평평하고, 롯데타워는 뾰족하다. 강남 하늘은 두 푯대 사이에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 지어질 마천루들은 세간에서 말하는 ‘마천루의 저주’일까 아니면 ‘마천루의 축복’일까? 마천루는 호황에 착공하고, 불황에 준공하기 때문에 마치 전자가 불변의 진리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호황기와 불황기가 모두 지나고 나면 마천루는 도시의 사랑과 자랑으로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노래하듯 주문하자. 솟아라 솟아라 서울이여, 천지인을 살리며 솟아라.
이중원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