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라진 시간’ 주연 조진웅
“정진영 감독 만나자마자 시나리오 직접 썼는지 물어봐”

배우 조진웅(44·사진)에게 이 영화는 도전이었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무사 무휼,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악역 김판호, 영화 ‘끝까지 간다’의 뺑소니 목격자 등 여러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지만 이처럼 수수께끼 같은 작품은 처음이다.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시나리오의 힘을 믿고 영화를 선택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그다음 날 정진영 감독을 만나자마자 ‘시나리오, 본인이 썼어요? 원작, 정말 없어요’라고 물었어요. 어디서 이런 모티브를 얻었는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하루아침에 내가 ‘다른’ 사람이 됐다는, 얼핏 보면 말도 안 되지만 묘하게 계속 읽히는 시나리오의 매력에 이끌려 출연을 결심했죠.”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초적인 본능에 따라 연기했어요. 그런 상황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 감정은 어땠을까만 생각했죠. 계산하기보다 상황 속에 저를 던졌어요.”
영화 사라진 시간은 ‘그럼에도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형구는 사라진 과거를 찾으려 하면서도 점차 현실을 받아들인다.
“‘그전의 삶을 못 찾으면 안 살 건가’라는 질문을 남겨요. 때론 미칠 것 같고 눈물도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내딛는 형구의 모습이 현실의 우리와 닮았어요. 힘든 일이 있고 해결책이 없을 때도 우린 살아가야 하는 거죠.”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